'작은 결혼식의 메카'로 자리 잡은 서울 효자동 청와대 사랑채에서 16일 올해 첫 결혼식이 열렸다. 코레일 직원 서영목(30)씨와 뉴시스 기자 류난영(31)씨가 양가 합쳐 200명을 모시고 부부가 됐다. 청와대 사랑채는 그동안 작은 결혼식 장소로 개방된 공공 기관 중 가장 인기 높은 곳이다. 대한민국 심장부에서 결혼한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이날 결혼식의 키워드는 '콘서트'와 '재능기부'였다. 신랑·신부는 틀에 박힌 식순을 버리고, 콘서트처럼 예식을 치렀다.
문화예술 기획사 나눔커뮤니케이션즈에 소속된 쟁쟁한 음악인들이 "작은 결혼식 확산에 힘을 보태고 싶다"며 무료로 축가를 불렀다. 저명한 음악
칼럼니스트 최영옥(50)씨가 "개성 있는 결혼식이 많아져야 한다"며 사회자로 나섰다. 청첩장도 공연 팸플릿처럼 찍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음대를 나온 플루티스트 손슬기씨가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연주했다. 유럽에서 활동해온 이수진(소프라노)씨가 뮤지컬
'마이페어레이디'에 나오는 '밤새도록 춤출 수 있다면'을 불렀다. 인천시립합창단 수석단원 김종훈(테너)씨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 나오는
'지금 이 순간'을 불렀다. 두 사람이 '넬라 판타지아'를 이중창으로 부르자 곳곳에서 "브라보!" 소리가 터졌다. 가슴이 찡해 눈물
괸 눈동자를 깜박거리는 하객도 있었다.
결혼식 비용은 피로연까지 1000만원이 채 안 들었다. 전남 순천에 사는 신랑 아버지
서인곤(59·직장인)씨는 "평소 '결혼식은 소박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기에, 자식들이 작은 결혼식 얘기를 꺼내자 바로 오케이 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주례사에서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 부모에게 기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풍조가 생겨 안타까웠다"면서 "고령화
사회가 온 만큼, 부모는 노후에 대비하고 자식들이 자기 역량으로 공부도 하고 결혼도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새누리당 김기현(울산 남구 을) 의원은 검소하고 건전한 결혼문화 정착을 위해 ‘장애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농어촌주민의 보건복지증진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대표 발의했다고 18일 밝혔다. 해당 법안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농어촌 주민을 대상으로 결혼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건전한 혼례문화 보급․정착을 위해 공공시설을 혼인예식 장소로 개방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김기현 의원은 “결혼은 사회안전망의 최소단위인 가족 형성을 위한 삶의 기본과정임에도 불구하고 과시 위주의 고비용 결혼식과 결혼에 대한 편견 등으로 장애인과 농어촌 지역 미혼자의 결혼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합리적 수준에서 결혼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공공시설을 개방토록 해 건전한 혼례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