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기독교가 전래된 지 1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조상 숭배(또는 제사) 문제가 기독교 복음 전파에 적지 않는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추석을 며칠 앞두고 서울 강남의 한 교회에서 만난 손봉호(72·영동교회 장로·사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손 교수는 “제사 문제만 해결되면 교회에 나오겠다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면서 "제사나 절의 문제가 기독교의 근간을 흔들 소지가 있다면 당연히 배격해야 하지만, 지금은 구한말 초대 교회 시절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기독교 추모예식이 새롭게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즘 크리스천 가운데 제사를 우상 숭배나 조상신 숭배로 여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속으로는 제사를 우상 숭배로 여기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말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전통 제사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는 새로운 추모예배 보급이 시급합니다.” 손 교수는 기존의 기독교 추모예배는 성도들에게는 유익하나, 불신자들과 함께 하기에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요즘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후원으로 성경적인 추모예배 및 대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내달 이와 관련한 공청회를 열고 보고서도 낼 계획이다. “부모님 살아계실 때 잘하는 것이 자식의 도리이며 성경적인 생각입니다. 얼굴도 모르는 먼 조상에게까지 제사를 지내는 것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대까지 추모예배를 드리는 것이 어떨까요? 올 추석은 가족간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는 일에 열심을 냅시다. 제사 문제로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고통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국철학회 회장, 동덕여대 총장을 역임한 손 교수는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와 고신대 석좌 교수로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성숙한사회가꾸기운동,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 샘물호스피스, 나눔과기쁨, 서울문화포럼,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 등을 이끌고 있다. [국민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