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숙환으로 별세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장례는 소박하게 치러지고 있다.
10일 오전 수원 아주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차려진 빈소에는 가족들과 옛 대우그룹 관계자들 일부가 일찍부터 조문객을 맞을 준비를 했다. 건강 악화로 아주대병원에서 지난해 말부터 11개월 간 입원치료를 해오던 김 전 회장은 전날 오후 11시50분 별세했다.
사단법인 대우세계경영연구회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평소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지난 7일부터 급격히 병세가 악화한 이후 가족들은 마지막 준비를 했고, 전날 밤 부인과 자녀, 손주들까지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편안하게 영면에 들었다.
김 전 회장은 마지막 유언을 별도로 남기지는 않았다.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장병주 회장은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주 토요일(7일)부터 급격히 건강이 나빠지셔서 특별히 남긴 마지막 말씀은 없었다"며 "평소에 우리가 마지막 숙원사업으로 진행하던 해외 청년사업가 양성 사업을 잘 유지·발전시키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알츠하이머 증세가 있긴 했지만 주변 사람들을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고 장 전 회장은 전했다. 투병 중에도 주변과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곤 했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의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빈소는 비교적 소박하게 차려졌으며 오전 10시부터 조문객들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생전 "요즘 장례 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는 만큼 소박하고 조촐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다. 유족들도 이에 동의했다.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천주교식으로 진행된다. 영정 옆으로는 김 전 회장이 다녔던 성당에서 보낸 근조기가 걸렸고, 위패에는 김 전 회장의 세례명인 '바오로'가 함께 쓰였다.
김 전 회장의 오랜 투병생활을 반영하듯 장례식장에 모인 유족과 지인들은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어록으로 유명한 김 전 회장은 한국에 세계경영을 널리 알린 선구적 기업인이었다. 1936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기중, 경기고,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무역 업체이던 한성실업에서 근무하다 만 31세이던 1967년 자본금 500만 원으로 대우실업㈜을 세웠다.
이후 수출 중심 전략과 인수합병으로 대우그룹을 한국 재계 2위 기업으로 키워냈다. 1989년 출간한 자서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발간 5개월 만에 100만 부가 팔리며 인기를 모았다. 세계경영의 꿈을 품고 당시 많은 인재가 대우그룹에 입사했다.
하지만 대우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1999년 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해체되면서 그는 해외 도피생활을 했고, 2006년 징역 8년 6개월에 17조 원대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징역형에 대해서는 2008년 1월 특별사면을 받았다.
빈소는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 마련됐으며, 조문은 10일 오전 10시부터 가능하다. 영결식은 12일 오전 8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장지는 충남 태안군 소재 선영. 유족으로는 부인 정희자 전 힐튼호텔 회장, 아들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 김선용 ㈜벤티지홀딩스 대표, 딸 김선정 (재)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사위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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