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학여울에서 열린 박람회를 취재차 관람했다.
입구에서 만나기로 모 업계대표 K를 입장한 한참 뒤에야 전시장 통로에서 만났는데 그는 인사도 하는 둥 마는둥 갑자기 기자를 어느 부스 앞으로 안내하는 것이었다. 반려동물 장례용품 생산업체 부스였다.
그 곳에서 그는 대뜸 "이걸 보세요. 자세히 한번 보세요" 한다.
예븐 꿀통 같기도 한 소형 유골함들 앞에 가지런히 진열된 것은 반려동물 입관용 소형 관(棺)이었다.
바닥과 벽이 깔끔한 천재료로 잘 마무리 되어 있었다. 모양새를 갖추어 레이스까지 달렸다.
"그런데 뭘 보라는 건데요?"
"이런 관, 어디서 보셨어요?"
"반려동물장례용 관이잖아요?"
"이렇게 예쁘고 깔끔하게 만들어진 관 보셨냐구요?."
그는 약간 흥분한 음성으로 말을 잇는다.
"요즘은 사람들 장례식에도 이런 정성어린 디자인 관을 보기가 힘들어요.
세상에... 동물도 죽으면 이런 좋은 관으로 모시다시피 하는데 자기 선친과 어른들을 마지막 모시는 관은
이보다 형편 없어요. 바닥을 깔기를 합니까, 벽면을 장식을 합니까? 여기 레이스 좀 보세요, 최소한 이런 동물용 수준은 돼야지요. 이래서야 되겠어요? 심지어동남아 어느나라에도 우리처럼 빈약한 관은 없어요. 일본도그렇지만 비록 규모가작아지고 약식화 되어도 기본적인 추모 정신과 상징물은 변함없이 표현되는데 유독 우리나라처럼 정신이 사라진 경우는 없습니다. "
" ......."
기자가 왜 이렇게 갑자기 추궁을 당하게 되었는지 어리둥절했지만 딱히 대꾸할 말도 없는 것 같다.
하기야 강아지들이 호강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다.
주인 따르기를 천성으로 태어난 의리의 반려, 때로는 자식보다 소중하게 여긴다는 반려동물....
그런데 이들 반려동물들의 일생도 알고보면 파란만장인가 보다.
요즘 한창 성행한다는 '강아지 공장'에서 발정유도제까지 사용된 강제번식으로 마구잡이식으로 생산된단다.
30~40%의 사망률을 이기고 생후 30~35일이면 경매장을 거쳐 애견샵으로 팔려 나가는데 인기종 말티즈, 푸들, 스피츠 등이 그들이다.
애견샵에서 운수 좋아 사람좋은 주인 만나면 그때부터 호강에 겨운 강아지의 일생을 보내다가 죽게되면 주인의 애도속에 반려동물 장례업자들의 손으로 넘겨져 이렇게 근사한 관에 입관, 화장을 거쳐 예쁘장한 유골함에 안치된다. 그런 현실을 사람의 장례식에 비교하여 말하는 것이다.
기자는 그의 심정과 생각을 잘 안다.
수십년 동안 현장에서 장례행사를 치르면서, 특히 묘소일을 많이 하므로 관속에 모셔진 고인들의 실상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그다. 화장장려, 반값장례, 의례간소화라는 바람을 타고 자신들의 근본이자 뿌리인 조상들을 폐기물 처리하듯 후딱 해치우는 오늘날 장례....
우리네 전통장례문화가 알게 모르게 모래바람처럼 날아가고 있는 것.... 그는 이런 현실을 못내 안타까워 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가 몇시간 동안 예정된 업무를 마치고 퇴장하려고 아까 그 부스를 지나는데, 또 그를 만났다. 업무를 다 보았는지 하여튼 그 시간에 그는 거기에 머물고 있었다. 다른 건 볼 필요도 없는가 보다.
동물장례용 근사한 그 관에 필이 꽂혀 떠날 생각을 잊었는가.....
마침 그의 의견에 적극 동조하는 여성동지 한사람을 만나 상한 심령에 위로가 많이 되는가 보다.
이윽고 기자에게 기분도 그렇고 하니 기념사진 한장 찍어 달라며 폼들을 잡는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