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프랑스 영화계의 누벨바그(Nouvelle Vague·'새로운 물결') 사조를 이끈 거장 장뤼크 고다르의 사인이 '조력자살'(assisted suicide)로 확인됐다고 AF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고다르의 법률고문인 패트릭 잔느레는 고인이 생전 '다수의 불치성 질환'을 앓고 있었다며 고인이 스스로의 뜻에 따라 의료진의 도움을 받은 조력자살 방식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잔느레는 NYT에 "고다르는 당신이나 나처럼 (정상적으로) 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그는 평생 그래왔듯 굉장히 명료하게 '이제 이만하면 됐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인이 '존엄하게' 죽기를 희망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고다르의 가족은 고인이 이날 스위스 로잔 인근의 소도시 롤레의 자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안히 눈을 감았다고 밝혔는데, 약물 투여 또는 복용 후 숨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조력자살은 의료진이 약물을 처방하되, 환자 스스로 약물을 복용 또는 투약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을 가리킨다.
환자의 요청으로 의료진이 직접 환자에게 약물을 주입해 환자의 생을 마감케 하는 안락사와 구분된다.
고다르가 여생을 보낸 스위스에서는 조력자살이 합법이며, 네덜란드와 벨기에, 룩셈부르크, 스페인 등은 특정 조건 아래에서 안락사가 허용된다.
이와 달리 프랑스에서는 2016년 개정된 법률에 따라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 대해 의료진이 연명치료를 멈추고 숨을 거두기 전까지 수면유도제를 투여하는 것만 허용되고 있다. 안락사나 조력자살은 여전히 불법이다.
이런 까닭에 프랑스의 일부 환자들은 안락사 등이 허용되는 인접한 유럽의 다른 국가로 떠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다르의 죽음을 계기로 프랑스에서도 조력자살 등에 대한 합법화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고다르 별세 당일인 이날 홈페이지에 성명을 내고 이른바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한 국가 차원의 토론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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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보건 분야 종사자들과 협조하에 향후 수개월 간 해당 사안을 다룰 예정이며, 프랑스 곳곳에서 지역별 토론도 실시된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광범위한 합의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각 정당 소속 의원들과 논의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내년께 관련 법 개정 등 변화 추진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재선에 성공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앞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조력자살 합법화에 개인적으로는 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