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예측할 수 없단다. 어떤 일이라도 발생할 수 있지. 그래서 메시지를 남기는 거야.” 하얀 티셔츠에 평상복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있는 모습의 아빠는 언제 볼 지도 모르는 ‘영상 편지’를 쓰는 이유부터 나지막하게 털어놨다. “다른 누구보다 꿈을 많이 꿨으면 좋겠어. 모든 일이 가능하거든….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어. 어머니를 잘 돌보고 할아버지 할머니 말씀도 잘 들어야 해….” 한 재미교포가 죽기 전에 남긴 10분 남짓의 짧은 비디오가 5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미국 사회를 감동에 잠기게 했다. 지난 14일 시애틀 타임스는 ‘사랑과 교육의 유산’이라는 제목으로 뇌졸중으로 숨진 한 재미교포의 사연을 크게 보도했다. 빈민 아동 구호기구인 월드비전에서 활동하다 지난 2005년 숨진 조너선 심(당시 33세)씨가 그 주인공. 신문에 따르면 심씨는 2002년 5월 시애틀의 집에서 영상 편지를 남겼다. 수신인은 당시 생후 7개월이던 아들 네이선과 부인 켈리의 배 속에 있던 아이(나탈리·4). 심씨가 불현듯 비디오 촬영을 하게 된 것은 자신이 어떤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8개월 전에 있었던 9·11 테러로 세상은 점점 더 위험한 곳이 되어가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던 것. 심씨는 당시 5주간의 태국 방콕 출장을 앞두고 있었다. 월드비전을 위해 모금운동을 펴면서 분쟁지역을 자주 방문해 험난한 세상을 많이 경험한 심씨는 부인 켈리의 도움을 받아 메시지를 남긴 뒤 상자에 넣었다. “공부 열심히 해야 돼. 특히 남을 따라가는 사람보다는 남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이후 심씨는 잠비아와 짐바브웨, 모잠비크, 중국, 북한 등을 다니며 아동 구호활동을 벌였다. 특히 잠비아의 고립된 마을인 드와치얀다에 430명의 학생을 수용할 초등학교를 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오는 8월 문을 열 이 학교가 ‘조너선 심 초등학교’로 이름을 지었을 정도. 2005년 7월, 정말로 예측할 수 없는 일이 생겼다. 느닷없는 뇌졸중에 그는 쓰러졌고 뇌수술을 받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심장·콩팥·간 등 장기를 다른 사람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부인 켈리는 “미국에서는 소방관, 경찰관 등 위험한 직종의 종사자들이 생전에 가족들에게 남기는 비디오를 많이 찍어 둔다”면서 “별생각 없이 남편의 요구에 따라 비디오 촬영을 했지만 비디오를 보게 되면 마음이 아파져 자주 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부인 켈리 역시 한인 1.5세. 켈리는 3살 때, 조너선 심씨는 7살 때 가족을 따라 이민을 왔으며 대학 재학 중 교회 모임에서 만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