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리본을 머리에 꽂은 소녀가 아기 인형이 올려져 있는 책상에 그림책을 펴고 앉아 공부하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면서 적은 글이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소녀의 눈은 크고 똘망하지만 한구석엔 슬픔이 어려 있다. 트윗의 주인공은 폭격이 비 내리듯 쏟아지는 시리아의 알레포에 사는 일곱 살 소녀 바나 알라베드다. 시리아 내전이 6년째 이어지고 있으니 알라베드는 한 살 때부터 줄곧 전쟁터에서 산 셈이다.
“오늘밤 죽을지도 몰라요 제발 폭격을 멈춰주세요”
“전쟁을 잊으려고 책을 읽고 있어요.”
그가 지난달 24일 “평화가 필요해(I need peace)”라는 글을 올리며 처음 시작한 트윗 계정(@AlabedBana)은 지구촌 사람들의 감성을 적시는 글과 사진으로 열흘 만에 7000명의 팔로어가 몰려들었다고 BBC가 3일 보도했다. 알라베드의 트윗은 폭격이 일상인 알레포의 현실을 실시간으로 조명하고 있다. 폭격을 맞은 건물 잔해를 찍어 올리며 “여기 살던 친구가 죽었어요. 친구가 너무 그리워요”라고 덤덤하게 적은 트윗은 200회 넘게 리트윗(공유)됐다. 트위터에는 시간이 지날수록 폭격의 공포를 호소하는 글이 많아지고 있다. 2일 알라베드가 초록 옷을 입고 발코니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며 귀를 틀어막고 있는 모습을 올린 동영상에는 시커먼 밤에 울려 퍼지는 전투기 굉음과 폭격 소리가 생생히 담겨 있다.
“지금 폭탄이 떨어지고 있어요. 오늘 밤에 죽을지도 모르겠어요. 제발 우리를 위해 기도해 줘요. 밤새 트위터 보고 있을게요.”
전쟁 중에도 트위터에 처참한 현실만 올라오는 건 아니다. 다섯 살 남동생 무함마드, 세 살 남동생 누르와 행복해하는 사진과 동영상에서는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세 남매가 침대에 나란히 앉아 그림을 그리며 서로를 끌어안는 동영상에서는 “폭격이 오기 전에 동생들과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우리에겐 그림을 그릴 평화가 필요해요. 우린 평생 같이 살 거예요”라고 썼다. 동생들은 모두 전쟁 중에 태어나 한 번도 평온한 일상을 보내본 적이 없다. 알라베드는 영어 교사인 엄마의 도움을 받아 아랍어 대신 영어로 트윗을 올린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트윗을 보고 시리아 내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엄마 파테마흐 씨가 BBC에 전했다. 파테마흐 씨는 “딸이 네 살 때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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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베드는 엄마처럼 영어 교사가 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학교가 올여름 폭격으로 파괴되면서 집에서 공부하고 있다. 알레포는 새 학기를 맞았지만 학교 대부분이 파괴돼 어린이 10만 명 중 6%만 등교하고 있다고 어린이구호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이 추산했다. 파테마흐 씨는 “딸이 ‘엄마, 왜 아무도 우리를 안 도와줘?’라고 물을 때마다 할 말이 없다”며 “세계가 제발 우리 목소리를 들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전장의 가녀린 울림 시리아의 일곱 살 소녀 알라베드가 ‘제발 아사드와 푸틴은 폭격을 멈춰주세요’라고 적힌 스케치북을 들고 있다(위). 이 소녀는 매일 밤마다 ‘오늘 죽을 수도 있겠다’며 폭격에 떨고 있는 심경을 트위터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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