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에서는 환경훼손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몇 해전부터 자연장 이용을 확산시키기 위한 장사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장사문화 개선 캠페인과 사회 각계각층 인사가 자연장 이용을 추천하는 활동을 해왔으나, 통계청 조사결과 자연장의 선호도는 45.4%로 높은 편이나 실제 이용율은 선호도의 1/4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왜 이런 결과가 초래된 것일까? 자연장 이용이 저조한 것은 국내의 장례문화와 국민정서에 기인한다.
자연장은 국토의 훼손을 방지하는 환경보호 효과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자연회귀 기능만으로는 선호받을 수 밖에 없는 장법이다. 그래서 본인이 죽는다면 자연장으로 하고 싶다는 조사결과가 나오지만 실제 장법을 선택하는 것은 죽은 당사자인 고인이 아니라 자녀 등 유족이다. 유족입장에서는 자연장이 산이나 강에 뿌리는 산골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일단 불효라고 느껴지기 쉬우며, 돌아가신 후에도 일정기간 고인의 유골 등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에 찾아가서 돌봐야 마음의 안위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에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화장을 하여 강원도 경치좋은 곳에 자연장으로 장지를 선택했었다. 처음에는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여겼지만, 한해 두해 흐르는 동안 뭔가 한 가지가 허전했다. 매년 기일과 명절에 장지로 찾아가 어머니를 뵙고 마음속의 대화를 나누는데 이미 장지에는 어머니의 흔적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공허한 마음을 가지고 서울로 올라온 게 한 두번이 아니다. 장묘시설은 장례식장과는 달리 장지기능 외에 유족의 정서치유 기능을 함께 제공한다. 돌아가신 후 초기에는 너무 보고 싶고 마음이 아프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애잔한 그리움으로 바뀌어가는 절차가 필요하다. 그래서 일정기간이 지나야 유족은 고인을 자연으로 돌려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는 것이다.
화장 장법 중에서 봉안시설은 고인의 흔적을 보관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자연장은 고인의 흔적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역할을 한다. 장례후 30~50년 기간동안에는 봉안시설에 모시다가 그 이후에는 자연장으로 옮겨 모셔도 동일한 비용으로 가능한 융합형 장묘서비스를 개발한다면 자연장 이용도 크게 늘 수 있을 것이다. 자연장은 환경을 보호하고 인간을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훌륭한 장법이다. 그러나 사별에 의한 아픔, 그리움 등과 같은 유족정서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자연장이 능사고 최고라고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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