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수현씨의 유훈이 일본 사회에 스며들면서 잔잔한 감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지난달 26일 밤 11시45분쯤 일본 도쿄 우에노역. 나이 지긋한 노인(65)이 갑자기 비틀거리다 선로에 떨어졌다. 밤 늦게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야마모토 이사오(山本勳·57)가 선로로 뛰어들었다. 뒤이어 회사원 마쓰이 히데유키(增井英之·29), 미즈노 도모다카(水野智隆·27)도 뛰어내렸다. 3명이 힘을 합해 노인을 승강장으로 끌어올리자 열차가 플랫폼으로 진입했다. 찰나의 순간이었고 노인은 무사했다. 26일은 이수현씨가 도쿄 신오쿠보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려다 전동차에 치여 숨진 지 꼭 6년이 되는 날이다. 게다가 이날 오후에는 이씨의 추모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의 시사회가 열렸다. 노인을 구한 야마모토는 자재상에서 일하면서 소방서, 적십자 등에서 평소 자원봉사 활동을 자주 해왔다. 이수현씨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고 있었다. 2년전에는 신오쿠보역에 세워진 고인의 추모비도 둘러봤고 때마침 이틀전에는 이씨의 추모집 ‘너를 잊지 않을 거야’를 읽었다. 6년전부터 이씨 얘기를 듣고 애틋한 감정을 갖고 있던 터에 영화를 보기 전에 원본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리고 26일 사고를 목격하고 몸을 던졌다. 야마모토는 2일 본사의 취재에 “국적을 떠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이씨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감동을 느끼고 있다”며 “이수현씨의 영혼이 힘을 빌려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씨의 정신은 일본인들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고, 그것이 6년의 세월을 통해 ‘큰 힘’으로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노인을 구한 이들 3명은 1일 도쿄 소방청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