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토 - 정호승
지금은 허토의 시간
이제 이별은 끝났다
모두 눈물을 거두고 삽을 들어라
지금 내 영혼의 육체는 춥다
어서 붉은 흙의 옷을 입혀라
천 년을 함께 살아도 한 번은 이별해야 한다
나뭇가지에 앉은 저 겨울새들이
이미 나의 가난한 평전을 쓰고 있다
아직 내 용서는 잠들지 못했지만
나는 히말라야 설사면을 걸어가는
한 마리 낙타
이제 햇살도 저녁에 이르렀다
다들 허토의 삽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라
찬바람이 불고 나뭇잎은 떨고 있다
누구에게나 허토의 시간은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