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축제 인도 힌두교 ‘쿰브 멜라’ 르포● 인도 수도 뉴델리에서 기차로 12시간 떨어진 중소도시 알라하바드(Allahabad)에 도착한 시각이 19일 오전 2시. 여기서부턴 걸어가야 한다.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 모포를 머리에 인 할아버지, 짜파티(인도식 빵)를 만들 밀가루 포대와 냄비를 짊어진 어머니, 아버지 어깨에 올라 앉아 계속 콧물을 흘리는 어린 소녀 등 영락없는 ‘난민’ 행렬에 끼어 무작정 걷기를 한 시간여. 드디어 눈 앞에 강폭이 족히 3~4㎞는 됨직한 ‘상감(Sangam·‘물이 합쳐지는 곳’이라는 뜻)에 도착했다. 무리 사이에서 저절로 탄성이 터졌다. 갠지스강과 야무나강 그리고 전설 속 ‘지혜의 강’ 사라스와티 등 3개의 강이 합쳐지는 이곳은 8억명의 힌두교인들에게는 최대 성지(聖地)로, 여의도(8.4㎢)의 10배 규모인 모래사장 위엔 수천 개의 임시 가로등이 주변을 대낮처럼 밝혔다. 10여㎞는 됨직한 강가는 이미 인파로 꽉 찼다(경찰은 이날 하루 ‘상감’에 2000만명이 몰렸다고 밝혔다). 힌두교도들은 힌두력(曆)에 의해 정해지는 종교축제인 ‘쿰브 멜라(Kumbh Mela)’ 기간 중에 ‘상감’이 가장 신성해진다고 믿는다. 강물에 목욕하면 모든 죄가 용서되고, 윤회의 고통에서도 벗어나며 모든 소원이 이뤄진다고 말한다. 특히 19일은 이번 쿰브 멜라 기간 중에서도 가장 길일(吉日)이었다. 오전 2시30분 수백m씩 줄을 선 순례객들은 추위로 덜덜 떨면서도 차디찬 강물에 몸을 담갔다. 새벽 목욕이 가장 ‘신성’하기 때문. 목욕은 강가에서 4m 이내인 수심 1m에서 이뤄졌다. 한 할아버지가 2루피(약 42원)짜리 꽃 ‘겐더’를 사서 물에 띄우며 물 속에 들어갔다. 금세라도 쓰러질 듯이 뼈만 앙상한 그의 얼굴에 곧 이해할 수 없는 ‘평안함’이 흘렀다. 마디야 푸라데시주의 한 농촌 마을에서 31명의 대가족을 이끌고 온 농부 마노지 샬마(38). 걷다가 버스·기차를 타고 또다시 걷기를 반복해 이틀 만에 이곳에 왔다. 이들 가족의 ‘쿰브 멜라 비용’은 모두 2만루피(약 42만원). 가족들의 연간 소득이 고작 20만루피니 한 달치가 넘는 소득을 썼다. 그나마 길거리에서 식사를 직접 해 먹고, 노숙을 하면서 이곳에 왔다. 그런데도 그는 “온가족이 이날을 위해 돈을 모았다”며 “지금은 힘들어도 자식들과 나의 후생(後生)에선 행복하기를 기도했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1주일 걸었다” “24시간 꼬박 기차를 탔다”는 식의 얘기는 숱하게 들을 수 있다. 직업도 대도시의 변호사와 기업가, 농부, 주부, 교사 등 다양했다. 공통점은 오직 하나 ‘쿰브 멜라’ 최대 길일에 가족의 평안과 영혼 구원을 갈구하는 마음이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경찰은 목욕을 재촉하는 호루라기를 계속 불어댔다. 휴대폰은 불통됐고, 이 일대에선 미아(迷兒)만 3만여명이 발생했다.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는 울부짖음은 망루의 확성기를 통해 하루종일 들렸다. 이날 쿰브 멜라에선 흔히 말하는 ‘떠오르는 IT 강국 인도’는 찾을 수 없었다. 1000년의 세월이 공존하고, 1000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고 했던가. 800개의 언어와 수많은 가치관이 공존하는 인도인들이 이날 빚어낸 쿰브 멜라는 그저 너무도 인도(印度)적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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