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4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호스피스 제도의 질적향상' 포럼 기조연설 - 김춘진 국회보건복지 위원장

안녕하십니까.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김춘진입니다.몇 년 전,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 철학자인 예일대학교 셸리 케이건(Shelly Kagan) 교수의 저서 《Death, 죽음이란 무엇인가》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죽음’이라는 다소 무겁고 심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죽음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통해 삶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처럼 죽음은 더 이상 금기시되는 용어가 아니며,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삶과 죽음을 이분법적인 사고로 인식하지 않고, 죽음 역시 인생의 일부라고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웰다잉(Well-Dying)’이라는 새로운 사회용어가 널리 쓰이기 시작하며, 사람들은 가능한 한 안락하고 평안한 상태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품위를 유지한 채 생을 마감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한편, 2010년 영국의 시사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산하의 EIU(The Economist Intelligence Unit)가 실시한 ‘죽음의 질 지수(The Quality of Death Index)’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을 포함한 40개국 중 32위라는 저조한 순위에 머물며, ‘죽을 때 가장 비참한 나라’ 중 하나라는 불명예를 안은 바 있습니다. 실제로 보건의료 수준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우리나라의 국민평균수명은 점차 늘어나고 있으나, 그 이면에는 달리 대안이 없어 병원을 옮겨 다니며 고가의 연명치료를 받아야만 하는 환자와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재난적 의료비’로 인해 재산을 처분하거나 사채를 이용하는 등 가계파탄을 경함하는 환자의 가족이 있으며, 그 어디에서도 죽음 앞의 평안과 품위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난 1963년,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연명치료 대신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제공하는 ‘호스피스(Hospice)’라는 개념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호스피스 제도는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완화하고, 무엇보다 환자가 존엄한 임종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50여 년간 국민건강보험제도 속에서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오는 7월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말기암환자 호스피스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고, 가정에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범사업이 시행됨에 따라 호스피스 제도가 점차 활성화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이제는 호스피스 제도의 서비스 양적·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그 적용범위를 확대해나감으로써, 환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보다 많은 이들이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가야 할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다음의 과제들이 조속히 해결되어야만 할 것입니다.

“첫째, 대국민 교육·홍보 및 인프라 확충이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2014년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대상자 중 무려 85.8%가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의 필요성에 동의했고, 73.9%가 향후 서비스를 받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 중 23.6%가 ‘품위 있는 죽음’을 그 이유로 꼽았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작년에 처음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에 대한 홍보 예산을 별도로 편성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는 39.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기관은 총 54개소에 그치며, 병상수는 868병상으로 암 사망자 100명당 완화의료 병상이 1.12개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또한 상급종합
병원 입원 중심 시스템으로 인해 전달체계가 미비할뿐더러 독립형 시설 역시 부족하고, 가정 호스피스 모델 및 수가가 부재한 상황입니다. 이처럼 서비스 인프라가 미흡한 탓에, 지난 2013년에는 전체 암 사망자 75,334명의 12.7%, 전체 사망자 266,500여명의 2%만이 완화의료를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7월부터 말기암환자 호스피스에 대하여 국민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됨에 따라 향후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점차 증가할 것입니다. 정부는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공급 및 이용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와 더불어 ‘호스피스는 삶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식의 그릇되고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 잡기 위한 교육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합니다. 또한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의 특성을 반영하여 의료기관의 지정신청 유인책을 마련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서비스 제공기반을 갖춰나가야 할 것입니다.

“둘째, 말기환자라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만 합니다.”

현행 「암관리법」에는 의료진이 환자에게 환자의 상태를 의무적으로 알려야 하는 조항이 없어, 말기암환자가 회복불능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연명치료를 받다가 심신의 고통 속에 생을 마감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환자의 연명치료로 인해 가족 역시 경제적 타격과 정신적 고충을 감내해야만 하므로, 이를 단순히 환자 본인만의 문제라 국한할 수 없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완화의료의 대상자가 「암관리법」에 따라 말기암환자로 한정되어 있는 까닭에, 뇌졸중, 만성 간경화 및 폐질환, 치매, 파킨슨병, 후천성면역결핍증 등을 앓는 환자들의 경우, 근원적인 회복 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완화의료의 혜택을 손쉽게 누릴 수 없는 실정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민건강보험료를 부담함에도, 오직 말기암환자만이 완화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부당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에 지난 4월 1일, 완화의료 대상자를 말기암환자 외에 기타 질병의 말기환자까지 확대하고, 말기환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완화의료의 이용 등에 관한 사전의료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암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말기환자 완화의료를 요양급여의 대상으로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습니다.국가는 국민의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삶 전반에 걸쳐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만 하며, 따라서 국민의 존엄한 죽음을 보장하는 것 역시 국가의 역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법안을 통해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가 보다 확산되고, 비암성 말기환자의 전인적(全人的) 지원 역시 강화되기를 기대합니다.

“셋째, 심리적·영적 서비스가 병행되어야만 합니다.”

사회의 급변과 함께 호스피스의 패러다임 역시 빠르게 변화해왔습니다. 과거 호스피스를 단순히 ‘의학적 치료(Cure) 이후의 돌봄(Care)’이라고 인식했다면, 오늘날에는 호스피스를 통해 진단시점부터 증상관리를 비롯하여,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 향상과 사회적·심리적·영적·정신적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하고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받기를 기대합니다.실제로 현행 「암관리법」(제2조(정의))에서도 ‘말기암환자 완화의료’를 ‘통증과 증상의 완화 등을 포함한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치료를 통하여 말기암환자와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결국 ‘전인적 돌봄’이라고 할 수 있는 호스피스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임종을 앞둔 환자가 인생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다 뜻 깊게 보내고 편안하게 생을 마감하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환자의 육체적 고통을 경감해주는 완화의료와 함께, 환자가 다가오는 죽음을 정신적 고통 없이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심리적·영적 서비스가 병행되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당장 7월부터 이루어지는 호스피스 국민건강보험 수가 적용은 일당정액 수가를 기본모형으로 하여 심리적·영적 서비스와 관련된 항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으며, 아직 우리나라에는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인력 역시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연간 백만 명이 넘는 말기환자들이 호스피스를 이용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 임종학, 죽음학 등으로 번역되는 ‘싸나토로지(Thanatology)’라는 학문이 1960년대 이미 독자적인 학문으로 정립되었으며, 임종치유사로 불리는 싸나토로지스트(Thanatologist)가 환자와 가족을 위한 전문적인 심리적·영적 서비스를 제공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가 호스피스 제도의 확산과 질적 향상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는 있지만, 이 과정에서 호스피스 제도를 단순히 말기환자의 의료비용을 절감하는 제도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환자가 맞이하는 죽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인간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심리적·영적 서비스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한편, 전문적인 인적 자원을 양성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호스피스 서비스의 양적·질적 향상을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가운데, 한국싸나토로지협회와 공동주최하는 이번 <한국 호스피스 제도의 질적 향상을 위한 학술 포럼>은 그 의미가 매우 큽니다. 부디 오늘 이 자리에서 국민의 ‘품위 있는 죽음’을 위해 이루어지는 제언과 토의를 통해, 국내 호스피스 제도가 더욱 깊게 뿌리 내리고, 더욱 멀리 뻗어나가기를 희망합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김춘진(새정치민주연합, 고창·부안)


배너

포토뉴스


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발행인 칼럼

더보기
[칼럼] 상조단체 상조협회 이야기
조직이란 소속된 구성원들의 친목과 함께 공동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란 점이 핵심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국상조산업계도 2021년을 기점으로 비영리 공인 단체를 가지게 되었다. 비록전국적인 단일조직은 아니지만 어쨋든 공식 '사단법인'이란 점에서 의미있는 발전이다. 한국상조산업협회는 설립 허가를 받은 후 박헌준 회장 이름으로 “공식적인 허가 단체로 거듭난 협회는 회원사와 더불어 장례문화발전과 상조업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기자는 관련 기사에서 경험에서 우러나는 희망사항을 곁들였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상조산업의 문제점은 원래의 본향이었던 상부상조, 아름다운 품앗이의 핵심, 장례문화를 제대로 발전시킬 수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의례서비스의 근본을 떠나 소위 결합상품 내지는 의례와 거리가 먼 라이프서비스로 주업태를 변경시켜 가며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조고객의 대부분이 미래 장례를 목적으로 가입한 것이라면 상조산업 발전과 장례문화 발전이 동일한 의미를 가져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난 12월 24일자로 공정위의 허가를 받은 '사단법인 한국상조산업협회'가 설립목적으로 명시한 "상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소

해외 CEO 칼럼 & 인터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