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전역과 경북 포항역을 실처럼 잇는 동해남부선. 역사 매표소엔 ‘바다’를 주문하는 손님들이 많다. 겨울 바다를 가슴으로 껴안으려는 사람들이다. 열차가 해운대역을 지나치자 손에 잡힐 듯 바다가 가까이 스쳐 지나간다. 차가운 바닷물이 만져질 것만 같다. 차창은 선명한 쪽빛을 투사하는 16: 9 스크린. 교통체증 걱정도 없어 마음이 편하다. 눈바람이 몰아쳐도 열차는 레일 위를 리듬 있게 미끄러져 간다. 총연장 147.8㎞의 이 노선의 역사는 깊다. 경주∼포항은 1918년 10월, 부산∼울산∼경주는 1935년 12월 각각 연결됐다. 부산, 울산 등을 오가는 상인들이 오랜 세월 자가용처럼 이용했다 한반도에서 기차를 타고 바다를 볼 수 있는 구간은 단 세 군데다. 동해남부선 외에 정동진∼묵호 구간과 전라선 여수∼만성리 구간이 바다 곁을 달린다. 장엄한 일출로 이름난 정동진 열차는 옥계역 부근에서 바다 경치가 절정을 이룬다. 한려해상공원 일부인 여수역 또한 남해 바다의 반짝이는 물빛을 자랑한다. 서정시에 자주 등장하는 ‘바다’와 ‘기차’가 어우러지는 곳인 만큼 감성을 건드리지 않는 곳이 없다. 바다가 보이는 동해남부선 객차는 겨울 찬바람이 불어도, 변산바다와 채석강이 보이지 않아도, 오후 5시가 아니어도 더없이 따스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