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뒤덮은 묘지를 줄일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수목장이 편법 운용에 뒤덮여 가고 있다. 수목장은 고인의 뼛가루를 뿌리 근처에 묻어 나무가 흡수하면서 수십년간 자라도록 하는 매장 방식이다. 친환경적이고, 납골당 등에 비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분양 수입에만 눈이 먼 업체들이 나무를 지나치게 빽빽하게 심으면서 수목장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설 수목장이 편법적으로 '종교 단체'로 등록, 운영되고 있어 제대로 된 관리·감독도 이뤄지지 않는 형편이다.
5000만원짜리 수목장도 등장
현재 수도권의 사설 수목장은 4인 가족을 안치할 수 있는 소나무 1기를 기준으로 대개 1200만~1400만원을 받고 분양한다. 여기에 '명당이어서' '주변 경관이 좋아서' '나무의 키가 커서' 등 온갖 이유를 붙여 돈을 더 받는 실정이다. 5000만원짜리 추모목도 나오고 있다. 수목장이 추모목 주변 1평 남짓한 공간만 사용하는 점을 감안할 때,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 가격(평당 850여만원)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비싼 셈이다. 게다가 분양가와 별도로 5년마다 관리비를 30만~50만원 내기 때문에 실제 사용료는 1기당 2000만원을 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수목장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는 일부 업체는 주변에 나무를 계속 심어서 분양 수입을 올리는 중이다. '수목장'의 저자인 변우혁 고려대 명예교수는 "소나무는 최소한 4~5m 정도 거리를 띄워주지 않으면 충분히 자라지 못하거나 고사할 수 있다"며 "사설 수목장이 돈벌이에 급급해 나무의 생장은 고려하지 않고 추모목을 촘촘히 심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유일 국립 수목장인 경기도 양평 하늘숲추모원의 관리 사례가 모델이 될 수 있다. 이곳은 분양하는 나무들의 간격을 최소 5~6m 정도로 유지하고, 일정 기간마다 주변의 경쟁목(잡초 방지 등 목적으로 임시로 심어두는 나무)을 제거해가면서 분양한 나무가 더 크게 자라도록 관리한다. 가격도 4인 가족 추모목 1기에 분양가와 관리비를 합쳐 최대 1200만원(60년 사용 기준)으로 사설 수목장 비용의 절반 정도다.
대부분이 '종교 단체'로 관리·감독 안 받아
수목장 운영 방식은 건설업이나 금융업과 유사하다. 업체 측이 여러 명으로부터 분양 대금을 받아서 이를 수십년간 나눠서 지출한다. 따라서 재무 상태가 튼튼하고 지속 가능하게 관리돼야 소비자가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수목장을 찾는 소비자가 업체 측으로부터 재무와 관련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관련법상 공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수목장 업체들은 '장사(葬事)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입의 5%를 적립하고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도록 돼 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전국의 사설 수목장 16곳 가운데 15곳은 '종교 단체'로 등록돼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경기도 안성의 A수목장은 종교 단체로 등록해놓고 일반에 분양하고 있다. 경기도 B수목장은 기존 운영 업체가 불법 분양을 하다가 폐쇄돼 피해자들이 '종교 단체'로 등록해 수목장을 인수했다. 피해자 측에서는 "운영 비용을 메우려면 어느 정도 일반 분양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지만, 시청 측에서는 "종교 단체로서 교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분양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며 대립하고 있다.
"수목장 관리·감독 강화해야"
수목장 편법 운영이 판을 치는 것은 관리·감독을 담당할 컨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장사법'의 주무 부처로 수목장 업무 전반을 담당하지만, 실질적인 업무 담당자는 2명에 불과하다. 산림청은 전국 산림조합과 지자체 등을 통해서 상시적으로 산림을 관리하지만, 법규상 산림청이 사설 수목장을 관리·감독할 권한은 없다. 전문가들은 법령 개정 등을 통해 사설 수목장에 대한 감독 기관을 명문화하고, 면적당 식재 가능 나무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변우혁 교수는 "값싸고 관리가 잘되는 국립 수목장을 늘려서 사설 수목장이 이를 따르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