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확정됐다. 앞으로 의료법인이 병원 외에도 숙박업, 여행업, 종합체육시설업, 목욕장업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병원 공간을 미용실, 안경점, 은행 등에 임대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19일 공포·시행한다고 16일 밝혔다. 의료법인이 할 수 있는 부대사업이 대폭 확대되면 병원이 환자를 진료하는 곳이 아니라 부대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곳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입법예고 기간인 6월 11일∼7월 22일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을 반대하는 의견이 10만건 이상 접수됐다. 하지만 정부는 서비스산업을 활성화하는 차원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10만건이 넘는 반대의견이 접수됐지만 입법예고안에서 달라진 것은 2가지뿐이다. 먼저 의료법인에 허용하기로 했던 부대사업 중 ‘국제회의업’이 삭제됐다. 수요가 많지 않다는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또 의료법인에 허용하기로 했던 건물 임대업의 범위가 크게 줄었다. 복지부는 당초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단란주점·사행성 게임업장 등만 아니면 어떤 사업장도 병원 건물에 들어올 수 있도록 임대업 범위를 전면 확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법제처 심사를 거치며 현행 법 체계와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이 부분은 삭제됐다. 대신 건물 임대업 범위는 이·미용업, 안경 조제·판매업, 은행업, 의원급 의료기관(의료관광호텔 내 부대시설로 한정)으로 한정됐다. 의료법인은 앞으로 생활용품·식품판매업(의료법인 직접 영업은 제외), 목욕장업, 숙박업, 여행업, 외국인 환자 유치업, 수영장업, 체력단련장업, 종합체육시설업, 장애인 보조기구 제조·개조·수리업과 건물임대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이런 부대사업은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가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의료법인이 영리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난 6월 발표했다. 지금까지 의료법인이 벌어들인 돈은 의료수익이든 부대사업을 통한 수익이든 병원으로 재투입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부대사업 확대와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이 맞물리면서 병원의 수익이 병원에 고여 있지 않고 외부 투자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의료법인이 환자에게 영리자회사의 물품을 사게 하고 시설을 이용하도록 함으로써 결국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법적 무효투쟁과 의료영리화에 반대하는 범국민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한편 의료법인으로 구성된 '한국의료재단연합회'는 부대사업 확대는 의료법인들이 의료 외적인 부분에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 곳에서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환자 부담을 늘리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