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식장비에 무료 수술… ▶자극받은 현지 병원들에 의료 서비스 경쟁 촉발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 "다음 목표는 의대 설립" 지난 6월 5일 오전(현지시각)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명성기독병원(Myungsung Christian Medical center·MCM) 화상 환자 병실에는 온몸이 흉한 상처로 가득한 9살 소녀 에테네시양이 누워 있었다. 1년 전 에테네시는 빵을 굽는 화덕 옆에서 놀다가 불이 몸으로 옮아붙었다. 치료를 위해 어머니 데벨레(29)씨가 집과 텃밭까지 다 팔았지만 손에 쥔 돈은 2500비르(약 25만원)뿐이었다. 1만비르가 넘는 수술비의 4분의 1밖에 안 됐다. 그는 온몸에 진물이 흐르는 딸을 업고 8개월 동안 병원 10여곳을 돌아다니며 임시 치료만 받았다. 소녀를 살린 건 에티오피아 최초의 한국 병원 MCM이었다. 지난 4월 MCM 병원장 아이나(55·노르웨이) 박사는 지인으로부터 에테네시양의 딱한 사정을 전해듣고 무료로 수술을 해줬다. 에테네시양은 "MCM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치료를 못받고 거리를 헤맸을 것"이라며 "커서 MCM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2004년 11월 아디스아바바에 세워진 한국 병원 MCM이 에티오피아를 바꾸고 있다. 의사 31명, 간호사 105명이 일하는 이 병원은 매달 6000여명의 현지 환자를 진료한다. 에테네시처럼 무료로 수술해주는 환자만 한 해 150명이 넘는다. 지난 2006년 12월에는 심장병으로 죽어가던 제메두(당시 7세)양을 한국으로 보내 판막 수술을 받도록 했다. 건강한 11세 소녀가 된 제메두양은 지난 1일 병원을 찾아 "MCM 선생님들이 내 생명의 은인"이라며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
드디어 2004년 11월 84개 병상을 갖춘 3층 병원이 문을 열었다. 기르마 월데기오르기스 대통령도 병원을 방문해 개원을 축하했다. 신식 장비에 치료까지 잘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환자 수는 매년 늘었다. 개원 초 월 2000여명에 불과하던 외래 환자 수는 이제 월 6000여명에 이른다. 건강검진을 위해 노모를 모시고 MCM을 찾은 이욥(43)은 "다들 치료가 힘들다고 할 때 에티오피아 국민들이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곳이 바로 MCM"이라고 했다. MCM은 올해 또 다른 기적을 계획하고 있다. 의사를 양성하는 의과대학을 세우는 일이다. 환자 수가 늘어나면서 부족해진 의사 수도 메울 수 있다. 에티오피아 타데세(59) 상공부 장관은 "MCM 의과대학이 설립되면 실력 있는 전문의들이 양성돼 제대로 된 의료 인프라가 구축될 것"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의과대학 건립은 6·25 때 우리를 도운 에티오피아를 위해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며 웃었다.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