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흥동의 식당 ‘너른마당’ 앞뜰. 광개토대왕비를 그대로 본뜬 거대한 비석(높이 6.39m, 너비 1.5m, 무게 47t)을 보며 식당 주인 임순형(51)씨가 말했다. “딴 민족이 찬란했던 우리 역사를 빼앗아 가려고 하지, 후손들은 정작 우리 역사에 관심도 별로 없지…. 상황이 이런데, 광개토대왕님 혼백이 편히 저승으로 갈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라도 모셔드려야겠다고 생각했죠.” 임씨는 29일 오후 4시부터 비석 앞에서 ‘제2회 광개토호태왕 추모제’를 연다. 단군 제례 형식에 맞춰 의식을 올린 뒤, 무용가 최승희 선생의 계승자인 하얼빈 동포 무용가 서인숙(여·27)씨가 광개토대왕의 혼백을 기리는 살풀이춤을 춘다. 고구려 기마민족의 기상을 담은 마상(馬上)무예와 택견 시범도 펼쳐진다. 디지털 영상복원 전문가 박진호씨가 복원해 기증한 고구려 고분벽화들도 대형 현수막에 인화해서 건다. 비용은 전부 임씨 부담이다. ‘역사 지키기’와 전혀 무관하게 살던 임씨가 광개토대왕에 ‘미친’ 사연은 단순하다. 1999년 4월, 중국에 관광 갔다가 지린성 지안시의 광개토대왕비를 보고 ‘머리털이 탁 서는’ 느낌을 받았단다. 그는 “실물이 그렇게 웅장한 느낌일 줄 미처 몰랐다”며 “우리 선조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들고 가지 못하면 똑같게라도 새로 만들자’고 다짐했다. 현지에서 구한 오석(烏石)에 중국 전문 석공들에게 맡겨 조각한 끝에 복제품 광개토대왕비를 만든 뒤 특수화물선과 국내 최대의 150t 크레인을 동원해 2004년 6월 지금의 자리에 세웠다. 무려 5년이 걸린 대역사(大役事)였다. 임씨는 사학자 김종호씨 등과 함께 ‘광개토호태왕존숭회’를 창립, 작년 10월 이한동 전 국무총리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첫 추모제도 열었다. 이제 임씨는 광개토대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올해 5월엔 대왕의 도움(?)으로 위기까지 모면했단다. “지인 결혼식에 다녀오던 중 버스 안에서 뒷자리의 친구들이 작년 광개토대왕 추모제 이야기 좀 해 달라고 불러서 자리를 떴는데, 잠시 후 앞차에서 날아온 합판이 내 자리 유리창에 꽂힌 거예요. 모두들 ‘광개토대왕님이 널 살렸다’고 했죠.” 임씨는 작년 3월 중원고구려비, 백두산정계비까지 복원해 식당에 세웠다. “조만간 고구려 고분벽화를 그대로 재현한 봉분 형태의 전시실도 만들어 역사 교육에 한몫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