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는 구조강진이 발생한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13일 무너진 건물 더미 아래에 깔린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한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포르토프랭스 | AP연합뉴스 진도 7.0의 강진으로 초토화된 카리브해의 섬나라 아이티 이재민들은 지진 발생 다음날인 13일(현지시간)에도 거리에서 밤을 보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돌아갈 집을 잃었다. 현지에서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제적십자사의 매트 머렉은 이날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수많은 이재민들이 실종된 가족이나 친구를 찾기 위해 무너진 건물 잔해의 밑을 파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이들이 동원할 수 있는 중장비도 모두 파손됐다. 간단한 도구를 이용하거나 맨손으로 직접 땅을 파헤치는 수밖에 없었다. 머렉은 또 “수천명이 한데 모여 가벼운 침대시트 한 장만 가지고 잠을 청했다.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고 안락해지기 위해 모두가 모여드는 모습이 현실 같지 않았다”고 전날 밤 거리 풍경을 전했다. 생존자들은 함께 “신이 와서 우리를 구하리라”는 노래를 부르며 기도했다. 이날 밤 포르토프랭스 교외 페션빌의 거리에서 잘 준비를 하던 프란체스카(14)는 “집이 무너졌다. 두 오빠가 죽었는데 시신도 찾지 못했다”며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건 신밖에 없다”고 말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일부 생존자들이 포르토프랭스 병원 앞마당에 쌓인 시신들 사이에서 잠을 잤다. 또 많은 거리에는 흰 담요로 덮인 시신들이 줄을 지어 있다. 사람들이 울거나 기도하는 소리는 밤새 끊이지 않았다. 부상자들은 병원이 무너져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는 아이티에 상주하고 있던 의료시설 3곳 모두 파괴돼 천막을 쳐 놓고 의료활동을 펼치고 있다. MSF는 13일 현재까지 300~350명의 부상자를 치료했다고 밝혔다. 대부분이 골절상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고통받고 있다. 50여명은 지진으로 건물이 붕괴할 때 가스 컨테이너가 폭발해 화상을 입었다. MSF의 폴 맥펀은 “지금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응급조치와 안정을 취하게 하는 것뿐”이라며 “머리를 다치거나 팔이 부러지는 등 심하게 다쳐 현재 수준의 치료로는 나아질 수 없는 사람들을 마주치고 있다”고 미 CBS방송에 말했다. |
그런 가운데 아이티에서 질병이 번져나가면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더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아이티에는 현재 전기, 수도 공급이 끊긴 데다 식량 부족도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찌는 듯한 무더위와 비위생적인 환경에다 길거리에 쌓여가는 시신들까지 더해져 전염병 창궐 가능성이 아주 높은 상황이다. BBC 기자 매튜 프라이스는 “세계에서 거의 잊혀지다시피 했던 이 나라는 지금 어느 때보다도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르토프랭스 공항에는 일부 생존자들이 아이티를 벗어나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 BBC는 떠날 수 있는 사람들은 떠나고 있지만 대부분은 거의 무정부 상태나 마찬가지인 아이티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