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발견된 죽간은 모두 3300여매로 현재까지 발견된 춘추전국시대와 진, 한시대의 고서류 죽간 가운데 수량이 가장 많은데다 훼손된 흔적이 전혀 없이 먹의 색이 검고 빛이 날만큼 글씨가 또렷이 확인되는 등 보존 상태도 최고로 뛰어나 선진시대의 역사, 문화, 사회를 밝히는 중요한 학술적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 가운데 ‘일서(日書·황력과 유사한 점술용 책)’ 죽간에는 주홍색의 그림 등이 선명하게 남아 있으며 아름다운 색깔은 마치 새것과 같았다고 베이징대는 밝혔다. 죽간에 쓰여진 글자도 최소한 7, 8종류의 서로 다른 특징을 갖춘 서풍(書風·書法)이 확인돼 한대에 유행한 예서체의 정수로 불릴 만큼 서도예술 가치도 최고인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대 출토문헌연구소가 이 죽간을 연구하고 정리한 결과 죽간 중에는 약 20종류의 고대 문헌, 즉 현재의 철학과 역사학, 문학, 문자학, 의학 등의 전문 서적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주펑한(朱鳳瀚) 베이징대 역사학과 교수이자 베이징대 출토문헌연구소장은 “죽간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끄는 문헌은 ‘노자(老子)’”라며 “이는 비단에 쓴 마왕퇴(馬王堆) 한묘백서 ‘노자’의 원본이자 곽점초(郭店楚) 죽간 이후 제3번째 ‘노자’ 고서로 지금까지 가장 완전하게 보존된 한대의 고서”라고 말했다. 또 죽간 중에는 진나라 승상(재상) 이사(李斯)가 나라가 통일된 뒤 진시황에게 “진나라와 일치하지 않는 문자를 폐기해야 한다”고 청하면서 지은 ‘창힐편(蒼詰篇)’이 고스란히 발견돼 중문학계를 흥분시키고 있다. 이사는 창힐편에서 “창힐은 글자를 만들어 후세 사람들을 가르치게 하였다”라고 적고 있다. 창힐편은 송대 이후 유실, 왕국유(王國維) 등의 저작 등을 통해 일부 내용이 전해지고 있을 뿐 완전한 내용이 전해지지 않고 있었으나 이번에 발견된 죽간속 창힐편은 1200여개의 완전한 문자가 보존되어 있으며 이 가운데 대부분이 처음 발견된 내용으로 한자 발전사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