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무덤 전쟁’중이다. 인구는 늘고 있지만 대지는 한정돼 있다보니 고인을 매장할 1평짜리 땅조차 찾기 힘들 지경이다. 남이 쓰던 무덤을 재활용하거나, 사유지에 자연매장 하는 식의 방안이 나오고 있지만, 이 역시 언젠가는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장례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사고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무덤 재활용 권장하는 런던 = 영국 내 최대 규모인 런던 시립묘지가 ‘무덤 나눠쓰기’라는 고육지책을 내놨다고 AP통신 등이 29일 보도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시립묘지에 안식처를 마련한 망인(亡人)의 수가 100만명에 육박하면서 묘지가 포화상태에 이른 것이다. 시립묘지 관리인 겸 등록관인 게리 벅스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아버지를 중고 무덤에 묻을 수는 없다고 말하지만, 그런 마음가짐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무덤 재활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이미 수십년 전부터 무덤 재활용을 장려해왔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거부감을 갖는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해 무덤 재활용 전면 허용을 미뤄왔던 터라 이같은 결단은 파격적으로 해석된다. 시립묘지측은 만들어진 지 75년이 지난 무덤을 재활용 할 수 있다는 법규를 활용해 오래된 무덤들부터 ‘2층 무덤’으로 재건할 방침이다. 재활용 무덤이라도 사용료는 3200달러를 내야 한다. ◆농지에 ‘자연매장’ 검토중인 호주 = 뉴사우스웨일스주 정부는 현재 사유 농지를 대규모 묘지로 쓰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호주는 넓은 땅을 갖고 있지만 많은 도시들이 벌써부터 묘지 부족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뉴사우스웨일스는 향후 10년내에 거의 대부분의 묘지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주 정부는 ‘자연 매장’ 방안을 고려중이다. 관도, 묘석도 없고, 염처리도 하지 않은 채 수의만 입혀 보드지로 싸서 묻는 것이다. ‘가족 묘지’를 만들어 매장 후 50년이 지나면 가족들이 기간 연장 여부를 결정한 후 묘지를 재활용하는 안도 고민중이다. ◆더 이상 묻힐 곳 없는 모스크바 =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 있는 71개 공원 묘지 중 현재 1곳만이 매장을 허용하고 있다. 공식 인구 1050만명이 협소한 집에서 북적거리며 살아가는 모스크바가 매년 12만명씩 생겨나는 사망자를 묻을 땅이 없어 묘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모두 350명이 장례법을 어겨 체포됐고, 장례위원회 소속 공무원 30명이 부정부패 혐의로 해고됐다. 러시아인들은 장례도 국가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