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는다는 건 확실한 일인데도 나는 죽지 않는다는 무의식상의 신념 때문에 인간은 불행하다."(실존주의 철학자 하이데거) 고 김수환 추기경과 고 장영희 서강대 교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등 저명인사들의 죽음과 존엄사 논란의 와중에 이른바 "웰다잉(Well dying:참한 죽음)"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종교인이나 철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죽음"을 두려운 그 무엇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으로 이해된다. ▷죽음 금기시하는 분위기 넘어 삶의 일부 수용하는 인식 확대 ▷임종·입관체험·유서 쓰기 인기 불교계 "자살은 다음 생의 업보" 동부산대 장례행정복지학과에는 최근 임종 체험 및 죽음과 관련된 강의 문의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전웅남 학과장은 "5년 전에 죽음 준비 교육과정을 진행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만 해도 죽음에 대해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있어서 제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가 어려웠다"면서 "그런데 근래 들어서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그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강사진 요청에 일일이 응하기가 버거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동부산대에서는 최근 이 같은 요구가 많아지자 아예 임종 체험 및 죽음 준비 교육과 관련한 지도자 양성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임종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카핀아카데미"에도 최근 들어 문의 전화가 20~30%가량 늘어났다. 카핀아카데미 정준 원장은 "최근 여러 유력인사들의 죽음을 겪으면서 문의전화가 급증했다"면서 "특히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임종 체험을 하고 나면 변화가 있느냐고 물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부산 강서구 부산대안교육센터에서는 비행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입관 등 임종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해 효과를 보고 있다. 임종 프로그램은 비행청소년으로서의 기억, 과거를 버리는 의식 등으로 진행되는데, 이 과정 중 유언장을 쓰고 읽는 대목에서 청소년들이 "마음가짐이 바뀌었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에서 관리자 교육 과정에 임종 체험프로그램을 넣는 등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단위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부산진구종합사회복지관과 부산 수영구 부산노인복지문화센터 등에서도 독거노인과 임종을 앞둔 노인들의 가족을 대상으로 죽음에 대한 강의를 펼쳐 호응을 얻고 있다. 주부 정모(43·부산 금정구)씨는 "최근 유력인사들의 잇단 죽음에 이어 얼마 전 시숙이 돌아가셨는데, 그 때문에 남편과 더불어 죽음이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어떻게 하면 후회없이 죽을 수 있을까 하는 문제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관련 책들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에 대해 설파한 법정 스님의 법문집 "일기일회"는 인터넷 서점 알라딘과 예스24에서 이번주 베스트셀러 3위와 5위에 각각 올랐다. 스님은 책에서 "적잖은 사람들이 현재의 고통에 굴복해 자살을 시도하고 있지만 죽음은 결코 끝이 아니며 스스로를 해친 자해의 업을 짊어지고 다음 생으로 건너가게 된다"며 삶과 죽음이 하나임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대학에서 죽음학을 가르치고 있는 한국죽음준비교육원 이병찬 원장은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을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서 살다 보면 분명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것"이라면서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 즉 웰빙이 곧 웰다잉"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