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인도네시아에서 보물선이 발견됐다. 수마트라섬 남동쪽에 위치한 벨리퉁섬 인근 바다였다. 1,200년 전 난파된 이 배에는 중국 당대의 도자기와 금은 세공품, 청동거울 등 6만여 점이 완벽하게 보존돼 있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18일 당시 보물선 인양을 주도했던 보물탐사가 틸만 발터팡 씨와 현장을 찾은 얘기를 전하며, “고대 중국과 중동에 대한 지금까지 이해를 획기적으로 바꾼 발견”이라 평가했다. |
▶보물선이 발견된 곳은 자바해와 인도양을 잇는 가스파르 해협이었다.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잇는 말라카 해협(수마트라와 말레이 반도 사이)과 더불어 중국과 서양을 잇는 주요 해상무역로였다. 1817년 여기서 조난당한 영국 선장은 “중국과 런던 사이 가장 위험한 곳”이라 평하기도 했다. 10년 전 해상실크로드의 역사를 새로 쓰게 했던 이 침몰선은 해삼 채취를 하던 두 남성이 발견했다. 모래와 산호에 뒤덮인 둔덕을 발견하고 구멍을 냈더니 따개비가 덕지덕지 붙은 그릇이 나왔다. 바로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최고(最古)의 아라비아 범선, 즉 다우선을 만난 것이다. 여기엔 중국사에서 가장 흥성했던 시기로 알려진 당대(서기 618-907년) 금은세공품과 도자기 63,000점이 나왔다. 배에서 나온 8각 금잔은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컸으며, 매우 정교한 북방 백자도 실려 있었다. 일부 학자들은 탁월한 품질로 보아 황제가 내린 선물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화물 대부분은 일용품이었다. 중국 후난성 창사에서 나왔다하여 창사자기란 이름이 붙은 그릇 4만점이 나왔다. 그릇들은 큰 항아리 속에 포장돼 있었는데, 항아리와 그릇 사이에 콩의 새싹을 넣어 완충재역할을 하게했다. |
▶작은 납골단지 1,000점과 벼루 800점도 있었다. BBC방송은 이를 두고 기존 평가보다 몇 백 년 앞서 중국에서 이미 수출용 대량생산이 이뤄졌다고 평가한다. 또 고대 중국과 중동 간의 해상무역 규모가 훨씬 크고, 활발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마치 두 문명를 이해할 수 있는 타임캡슐과 같다고 평가했다. 또 난파선에서 나온 청화백자는 기존에 가장 오래된 자기보다 수백 년이나 앞선 것이라 전했다. 한편, 창사자기에는 “보력 2년 7월 16일”(서기 826년)이란 날짜가 찍혀 있었다. 방사선동위원소 측정 결과 배의 출항일로 확인됐다. 학자들 대부분은 당시 칸톤으로 불리던 광저우항에서 배가 출항했다고 추측한다. 광저우가 해상실크로드에 이용되던 다섯 개 항구 중 그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적지에 대해선 밝혀진 바가 없다. BBC 방송은 이라크 남부 항구도시 바스라를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았다. 배가 난파되던 9세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도시 중 한 곳이었고, 중국 사치품에 목마른 부유한 상인들로 넘쳐나던 도시였기 때문이다. 난파선의 보물은 해저에 쌓인 진흙으로 인해 1,200년간 완벽하게 보존됐다. 금잔이며, 청동거울, 은상자, 물병이 처음 제작될 때 모습 그대로였다. 난파선의 보물은 2005년이 돼서야 싱가포르 정부에 팔렸다. 보물탐사 회사를 운영하는 발터팡 씨가 전체가 온전한 모습을 그대로 전하고자 낱개 판매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물들은 건립이 추진 중인 싱가포르 ‘해상실크로드박물관’에 영구 전시될 예정이다. [大紀元]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