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열어본 휴대폰에 친구 부인의 문자가 있었다.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는... 어제 오후에도 카톡 대화에서 가슴 통증이 심하다는 표현을 했고 견뎌낼 것이라고, 견뎌내자고 했던 친구였다.
한달 전 거동이 힘들던 나를 차에 태워 멀리 행주산성 강변까지 드라이브를 시켜주면서 바람을 쏘이라고 배려해주었던 친구다.
우리 둘은 건강의 이상으로 손에 잡힐 듯 가깝게 죽음이 곁에 있음을 인지하고 서로 솔직한 이야기를 수없이 나누며 병원 입퇴원을 반복하고 매일을 빠짐없이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지내왔었다. 충분히 예견하고도 남을만한 죽음이었지만 마음이 서럽다.
나의 컨디션이 웬만할 때면 그의 집 근처 교회 카페에서 만나 서로 뼈만 남은 병자의 모습을 놀려대며 짖궂은 농담을 주고 받았다.
헤어질 때는 슬그머니 차비하라며 돈을 주머니에 넣어주는 넉넉한 마음을 가진 친구, 오랜동안 입으로는 물도 넘기지 못해 위루 호스로 공급받으며 지내왔었다.
음식을 넘기지 못하니 입으로 씹어 맛을 음미하고는 뱉아내야하는 삶을 살았다. 하루하루가 삶을 버텨내는 전쟁같은 나날이었음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는 아침이다.
차가운 날씨에 저체온증과 뼈에 울려 퍼지는 통증을 견뎌내야 하는 나에게 공감과 위로를 나누었던 투병동지, 그가 떠났으니 허전함이 진하게 몰려온다.
우리에게 죽음은 늘 갑자기 다가오기 마련이다. 투병 중에 늘 준비 되었다고 큰소리치지만 막상 소식을 들으니 멀리 있던 죽음이 피부에 와 닿는듯 서늘한 느낌이다.
매일의 통화에서 서로 살아있음에 고마워하며, 서로의 아픔을 솔직히 표현하며 통증을 알아주고, 그 마음을 알아주던 고마운 친구, 마지막은 고통이 없었기를, 예수님의 위로가 그의 가족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 바라고, 힘든 간병으로 환자 못지않은 고통 속에 지내던 부인의 아픔이 이제 놓여나기를 바란다.
하나 둘 떠나는 친구들의 소식을 접하는 내게도 닥쳐올 일이기에 사뭇 마음가짐이 새로워진다.
덧없는 삶, 허망하기 그지없는 삶을 끝내고 세상에 없는 친구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이렇게 빨리 그 날이 올 줄은 미쳐 몰랐다.
알았다면 훗날 저 세상에서 만날 약속이라도 해둘 것을, 작별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사라짐이 아쉽다. 나도, 우리도 그렇게 곧 연기처럼 사라지리라.
친구야, 고통없는 곳에서 편히 쉬기를…
[출처] 친구가 떠났다|작성자 수연무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