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락사 또는조력사, 그리고 연명의료 등 다양한 이슈가 제대로 정립되지 못한 채 혼란을 주고있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는 본지는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전문지 의협신문 기사를 소개한다.
대한의사협회 KMA Policy는 9월 16일 의협용산임시회관 7층 회의실에서 허대석 명예교수(서울대의대 내과학교실)를 초청해 의사조력자살 관련 특강을 진행했다.
허대석 교수는 '안락사 논쟁의 전제 조건'을 주제로 ▲용어에 대한 합의 ▲연명의료결정법의 개선 ▲호스피스-완화의료의 확대 ▲한국사회에서의 자살 문제 ▲사회적 논의의 단계 등 섹션을 나눠 강의했다.
허대석 교수는 의사조력자살을 제도화하기 앞서 연명의료결정법의 제도를 우선 안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의사가 환자의 생명 연장을 위해 인공호흡기를 달고 심폐소생술 하는 등의 의료행위를 지속하기보다 어떤 절차에 의해서 자연스러운 임종을 맞이할 수 있게 하는 게 연명의료결정이라 할 수 있다"며 "다른 나라에서는 연명의료결정법을 우선 선행하고 연명의료결정법이 제도적으로 안착되면 의료인이 개입해줘서 생명을 단축하는 것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우리나라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지난 2018년 시행된 이후 4년이 지났지만, 아직 제도화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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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교수는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만성질환 등으로 사망하시는 분이 대략 20만명이 있는데 이들 중 연명의료중단 등 결정이행서 작성 비율이 27%밖에 되지 않으며, 특히 병원급 의료기관과 요양병원,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작성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더라도 본인이 작성하는 비율은 10%다. 나머지 90%는 가족에 의한 추정이나 대리결정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설문조사를 해보면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대해 반대하는 비율이 80∼90%로 나오지만, 현장에서 시행이 잘 안 되는 이유는 의료인의 입장에서 복잡한 절차도 문제지만 연명의료결정법에 환자의 임종기에만 시행할 수 있도록 명시돼 환자의 임종기가 어디서부터 시작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책임 문제도 뒤따른다"며 "환자나 가족 입장에서도 연명의료에 관해 합의가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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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하더라도 이를 확인하고 이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적은 점도 지적됐다. 실제 연명의료정보 처리시스템에 등록된 의료기관은 전체 3227개 의료기관 중 330개로 전체의 10.2%에 해당한다. 상급종합병원은 45개 의료기관 모두가 등록됐지만, 병원급 의료기관과 요양병원은 각각 1.5%, 5.7%만 등록돼 있다.
허 교수는 "일각에서는 현재 국내에서 130만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지만, 이를 확인하고 이행할 수 의료기관이 국내에 10%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의료기관이 확인하고 이행하기 위해 의료기관 내 윤리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큰 비용이 쓰여 구성이 쉽지 않다. 작은 병원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이밖에 호스피스-완화의료의 확대를 위해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늘리는 방안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허 교수는 "환자들은 여건이 되면 가정이나 호스피스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어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술중심 의료에 집중돼 있어 돌봄과 케어가 지원이 부족하다. 실제 전국 의료기관 중 입원형 호스피스가 설치된 의료기관은 3%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는 첫째로는 법 체계에서 호스피스 건강보험 적용 대상 질병을 암, 만성간경화,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만성호흡부전 등으로 규정해놨다"며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질병 군의 만성질환자들은 호스피스의 혜택을 전혀받지 못하고 있다.
만성질환으로 의료기관에서 임종하는 환자가 한해 약 20만명이면 이 중 약 2만명인 10%만 호스피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강의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기술 중심의 의료 발전이 이뤄졌지만 돌봄에 대해서는 취약하다. 아직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며 "의사조력자살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연명의료결정법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안착시킬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단계를 다 뛰어넘고 바로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하면 자살을 조장하고 방치하는 현대판 고려장이 될 위험이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출처 : 의협신문(http://www.doctor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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