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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장례문화비평 <아름다운 퇴장>

부시 대통령, 재선에 실패한다. 백악관을 떠난다. 1993년 1월 20일 일이다.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클린턴에게 쪽지 편지를 남긴다.

 

“친애하는 빌에게.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을 때 당신은 우리의 대통령일 것입니다. 당신의 성공은 이제 우리나라의 성공입니다. 나는 당신을 열심히 응원할 겁니다. 조지.”

 

민주주의의 정의다. 청교도 정신의 품격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들은 퇴임 직후 일정 기간 동안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진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후임으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못마땅했다. 하지만 2년여 동안 공식 석상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레이스(자비) 기간’이라 불리는 전통을 지켜내기 위해서였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때 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는 이런 장면에 감동하고 감탄한다. 줄줄이 감옥행의 전직 대통령을 보며 탄식한다. 우리 자녀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마냥 탄식할 일만은 아니다.

 

아주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그런 멋진 삶을 살아냈다. 장례식의 빈소(殯所)로 돌아가 보자. 빈소의 사전의 정의는 이렇다.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놓아두는 방.” 상주는 장례기간 내내 시신 곁을 떠나지 않았다. 끝까지 함께 했다. 지금처럼 분향실과 안치실(영안실)로 나누어지지 않았다. 분향실과 안치실을 구분짓는 것이 병풍이었다.

 

 

병풍이 무엇인가? 병풍은 삶의 마디마디에 반드시 등장한다. 아이의 돌잔치에서부터 약혼식도 결혼식도 병풍 앞에서 행해졌다. 회갑잔치에서도 펼쳐지는 인생무대였다. 그리고 삶의 마지막인 장례식도 마찬가지다. 다만 다른 것 하나가 있다. 병풍을 배경으로 펼쳐지던 잔치의 주인공이 병풍 뒤로 숨는다. 무슨 의미였을까?

 

노인가(老人歌)에 이런 대목이 있다.

 

“이기려 하지 말고 져 주시구려

어차피 신세질 이 몸인 것을

젊은이들에게는 꽃 안겨주고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것

원만하게 살아가는 비결이라오”

 

병풍은 바톤 터치의 극적인 상징이다. 비껴나 ‘지켜봄’이다. 모든 영광과 기쁨의 순간을 넘겨주고 안식에 이른다. 훼밍웨이가 그렇게도 보고 싶어 했던 ‘고귀한 퇴장’이다. 자식들은 ‘자비와 은총’의 3일을 통해 거듭난다. 회환에 잠기기도 하고 이어가야 할 가문의 무거운 숙제 앞에 고민한다. 남긴 유업을 어떻게 이어야 할지 고뇌에 잠겨든다. 그렇게 해서 상주는 집안의 가장으로 우뚝 선다. 가업이 이어진다. 한 가문의 퇴임식과 취임식이 동시에 마무리 되는 인문학의 절정이다. 그게 빈소였고 장례였다.

 

병원장례를 볼 때마다 ‘가벼움’이 내게 무거운 짐이 된 이유다.

※ 하이패밀리와 청란교회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8폭 짜리 병풍이다. 자세히 들여다 보라. 출생부터 죽음까지 인생의 마디마디를 드러내는 말씀과 주님의 나를 향한 환대의 잔치, 성찬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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