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규모에 보존 상태도 훌륭 ●산길에 있어 바로 세우기 어려워 경주 남산의 열암곡. 8~9세기 통일신라 때 만든 것으로 보이는 마애불상이 1주일 전 발굴된 곳이다 현장 공개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발굴 현장은 450m 고지의 8부 능선에 있었다. 큼직한 바윗돌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그중 가장 큰 바윗돌 앞에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그게 마애불이었다. 바위의 크기(250×190×610㎝)는 엄청났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이주헌 학예연구관은 "바위 무게만 무려 70t에 달한다. 탱크 2대와 맞먹는다"고 했다. 약수곡 마애대불(8.6m)과 상선암 마애석가여래좌상(6m)에 이어 경주 남산에선 세 번째로 큰 마애불이다. 발굴단이 파헤친 틈으로 마애불의 측면 옷자락과 가슴에 얹은 왼손, 접혀진 목과 발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상을 평가하는 핵심인 "불두(佛頭.불상의 머리)"는 여전히 흙 속에 파묻혀 있었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하나의 독립된 돌에 부조한 마애불 중 이렇게 큰 것은 처음 본다. 이유는 모르지만 엎어져 묻혀 있었기에 오히려 보존 상태는 더욱 좋다"며 "한국 유물이 스케일이 작아서 아쉬울 때가 많은데 그걸 한꺼번에 씻어줄 수 있는 마애불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마애불의 볼륨감과 우람한 모습을 칭찬했다. 정은우(동아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우람하고 양감이 넘치는 훌륭한 불상임에 틀림없다. 특히 40㎝까지 튀어나온 고부조 부분이 눈길을 끈다"며 "기도하는 사람의 위치까지 감안해 입체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성은(덕성여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마애불과 석불좌상의 조각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볼 때 이 불상들이 안치되었던 사찰의 규모 또한 매우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마애불이 발굴된 지점은 절터로 추정된다. 이 학예연구관은 "아쉽게도 이 절에 관한 기록은 없다. 그러나 20m 떨어진 지점의 석불좌상과 절터의 크기만 봐도 규모가 상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마애불을 처음 발견한 박소희 연구원은 "절터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출구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처음에는 부식토와 풀에 덮여 있어서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발 부분에 인위적인 구석이 있어서 자세히 봤더니 마애불이었다. 산삼을 캔 것보다 더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앞으로 문화재청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일단 엎어진 마애불을 바로 세우기가 만만치 않다. 가파른 산길이라 기중기를 가져 올 수 없다. 헬기를 동원해 70t짜리 바위를 세우기도 쉽지 않다. 또 마애불 바로 밑은 큰 바위가 박힌 가파른 비탈이라 훼손이 우려된다. 유 청장은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마애불(磨崖佛)=큰 바위나 암벽에 새긴 불상. "백제의 미소"로 유명한 서산의 마애삼존불과 태안의 마애삼존불이 유명하다. 경주 남산에선 지금껏 50여 개의 마애불이 발견됐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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