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벌써 크리스마스다. 국내외 도시 곳곳의 밤을 성탄 트리가 밝히고 있다. 트리의 기원에는 몇 가지 설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독일 종교 개혁가 마틴 루터(1483~1546)가 처음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크리스마스 전날 별빛 아래 서 있는 상록수를 보고 감명받은 그가 나무에 촛불 등을 장식하는 데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수백 년째 이어져 내려온 크리스마스의 상징은 지역의 개성이 입혀지며 진화하고 있다. 암사동 유적이 있는 서울 강동구에는 빛을 내뿜는 ‘움집’이 있다.
강동구청 앞 분수광장을 밝히는 이 ‘움집’의 정체는 크리스마스 트리(높이 8.5m)다. 목재로 된 구조물에 색색의 테이프 1300여 개를 고정시켰다. 트리 바닥에 놓인 50여 개의 조명이 빛을 낸다.
암사동 유적(사적 제267호)은 국내 신석기시대 유적 중 최대의 집단취락지다. 선사시대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트리라는 게 강동구청의 설명이다. 이 트리의 이름은 ‘빛살트리’다. ‘빛을 머금은 빗살무늬 토기 트리’라는 의미다. 트리 맨 꼭대기는 빗살무늬 토기를 본떠 만든 조형물이 장식했다. 이 ‘빗살무늬 토기’ 안에도 조명이 있다. 트리 바닥에는 강동구의 청소년들이 황토로 빚은 빗살무늬 토기 50여 개도 놓여있다.
송파구청 청사 로비에는 ‘책 트리’가 있다. 구청 직원들이 기부한 책 수백권으로 장식했다. 책을 휘감은 작은 조명들이 빛을 낸다. 트리가 된 책들은 전시가 끝나는 대로 작은 도서관에 기부된다. 내년 하반기쯤 송파구에 개관할 책박물관(지하 1층, 지상 2층)을 기념한 트리다.
구로구청 앞 나무(높이 20m)는 겨울 한 철 트리로 변신했다. 옆으로 뻗은 나뭇가지들에 수백개의 전구를 촘촘히 감았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트리가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도록 하기 위해 생목(生木)을 트리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성북구청 역시 청사 마당에 식재된 나무 3그루에 전구를 매달아 트리로 장식했다.
1960년대부터 매년 설치되는 서울시청 앞 트리는 연말연시 서울의 명물로 자리 잡았다.
2001년까지 서울시 예산으로 세워지다가, 2002년부터 기독교 단체가 설치 비용을 대고 있다. 지난 2일 점등된 올해 트리(높이 25m)는 다음달 8일까지 매일 오후 5시30분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불을 밝힌다.
부산 중구 일대에선 ‘부산크리스마스트리 문화축제’가 지난 2일 열려 다음달 7일까지 진행된다. 높이 20m 대형 트리를 비롯해 70여 개의 크고 작은 트리들이 거리를 수놓는다.
해외 대도시에서도 크리스마스트리가 겨울의 상징물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앞에는 2015년 파리 테러 사건 이후 처음으로 트리가 세워졌다. 미국 워싱턴 백악관은 지난 1일 ‘내셔널 크리스마스트리’ 점등 행사를 가졌다. 1923년 이후 95번째로 불이 밝혀졌다.
[출처: 중앙일보] ‘움집 트리’부터 ‘시스루 트리’까지…세계의 크리스마스 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