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한국은 1977년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한 후 1989년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이 확대 적용되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면서 "이 과정에서 임종장소가 가정에서 병원으로 이동해 지금은 전 국민의 74.9%가 의료기관에서 사망하고 15.3%만 집에서 임종한다"고 말했다. 암환자만 보면 89.2%가 병원에서 임종하고 있다. 허 교수는 "병원의 경우 환자나 그 가족은 끝없이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의료서비스에 집착하고, 의료진들은 의료분쟁의 위험을 피하고자 방어진료를 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임종 전 마지막 2∼3개월을 가족들과 생을 마무리하는 시간으로 보내기보다 중환자실에서 보내는 관행이 그 가족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도 환자나 그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간병문제'를 꼽았다. 심한 통증과 같은 의료문제를 현재의 의료제도에서는 가정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 교수는 환자가 집에 있어도 의료진들이 왕진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역 중심 의료체계'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허 교수는 "가정에서 편한 임종을 맞이하길 원하는 대부분 국민의 여망이 수용되려면 의료진들이 왕진을 통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가 개선돼야 한다"면서 "한 인간으로서 삶을 잘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연명의료에 매달리는 한국인의 임종문화는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