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회 스승의 날 행사가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내 마음의 선생님’이라는 주제로 스승님과 함께했던 추억의 시간들을 편지쓰기, 사진, 만화, 동영상 등 다양한 분야에 공모한 작품들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됐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후 첫 스승의 날을 맞은 전국 일선 학교에선 선물 안 주고, 안 받는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더 뜻 깊은 행사돼”
15일 서울 송파구 풍성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준비한 스승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이 날 오전 8시10분쯤 풍성초 교문 앞에는 학생회 임원들이 일렬로 서서 출근하는 선생님을 맞이했다. 3학년부터 6학년까지 각 학급의 회장, 부회장 학생들이다. 학생들의 손에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써진 종이 카네이션이 들려있었다. 지난주 이들이 직접 만든 카네이션이다. ‘선생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스승의 은혜 감사합니다’ ‘존경하는 마음으로’ 등의 메시지가 적힌 팻말도 등장했다. 선생님이 교문에 들어서자 학생회 임원들은 준비한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았다. 가슴에 카네이션을 단 교사는 쑥쓰러워하면서도 학생들에게 “고맙다”며 포옹을 했다. 카네이션을 준비한 학생들의 맞은편에는 또 다른 학생들이 스승의 날 기념 연주회를 열었다. 3학년 학생들은 ‘에델바이스’를 리코더로 연주했고, 5학년 학생들은 ‘학교 가는 길’ ‘스승의 은혜’ 등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했다.
행사를 지도하던 정영선 5학년 교육과정부장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해 스승의 날 기념식을 준비해 더 뜻 깊은 행사가 됐다”며 “학생들이 직접 만든 꽃을 받으니 학생들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 4학년 차은서양은 “선생님께 항상 받기만 했는데, 스승의 날에 무언가 드릴 수 있어 기분이 좋다”며 “내년에도 담임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카네이션은 풍성초 모든 교직원들에게 하나씩 전달됐다. 교장과 교감을 비롯해 교과 담당 교사와 수업을 돕는 교무실무사가 카네이션을 받았다. 정영선 교육과정부장은 “김영란법 시행 이전에 간혹 학부모가 선물이나 화환을 보내 부담이 됐다”며 “교사이지만 학부모이기도 한데, 서로 부담이 없으니 좋다”고 말했다. [본기사 발췌 : 동아일보]
교육부 ‘내 마음의 선생님’ 공모전 편지부문 大賞 정은혜씨
“힘들 때마다 일으켜준 선생님… 꿈·희망 선물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매일 술을 마시는 아버지와 집을 나간 엄마를 대신해 동생을 돌보며 외롭게 지내던 나를 돌봐주던 유일한 보호자였습니다.”
종합병원에서 임상병리사로 활동하고 있는 정은혜(45·사진) 씨는 지난 1985년 전남 영암여중 2학년 재학시절 담임이었던 임경숙 교사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잊지 못하고 있다. 스승의 날인 15일 교육부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KBS홀에서 개최한 2017년 ‘내 마음의 선생님’ 사례 공모 시상식에서 편지(수기) 부문 대상을 수상한 정 씨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술에 취한 아버지의 폭언과 구타를 피해 선생님 집으로 도망갔을 때 차려주신 흰 쌀밥과 계란말이로 식사를 챙겨준 선생님의 은혜를 잊지 못한다”며 이같이 수상 소감을 밝혔다.
어려운 가정형편과 아버지의 반대로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할 위기를 겪었지만, 정 씨는 임 교사의 격려와 도움으로 학업을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당시 임 교사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 진학을 말리던 정 씨 아버지를 설득해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정 씨는 “선생님이 포기하지 않고 아버지를 찾아가 여러 번 설득해 전남 영암여고에 진학할 수 있었다”며 “내게 꿈과 희망을 선물해준 선생님”이라고 자랑했다. 정 씨는 임 교사의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학업에 매진해 영암여고 3년 동안 전교 수석을 놓치지 않았다. 정 씨는 대입학력고사도 우수한 성적으로 치러 서울의 모 대학 임상병리학과에 4년 장학생으로 합격했다. 정 씨는 현재 종합병원에서 환자를 돌보고 치료하는 임상병리사로 생활하고 있다.
사회인이 된 이후에도 꾸준히 임 교사의 안부를 챙기던 정 씨는 지난해 임 교사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냈다. 정 씨는 “몸이 쇠약해져 요양원에 입원한 선생님을 가끔 찾아뵀는데 지난해 선생님의 작고 소식을 들었다”며 “세상이 다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과 슬픔을 느껴야만 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임 교사가 작고한 후에도 중학교 동창들과 매년 묘소를 찾아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를 갖고 있다. 선생님의 묘소를 찾을 때마다 그는 임 교사의 가르침대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한다. 정 씨는 “선생님이 저에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돼 주신 것처럼, 임상병리사로 봉사하고 남을 위해 배려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올해 2회째를 맞은 내 마음의 선생님 사례 공모는 스승을 존경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교육부가 사제지간의 감동적인 사연을 발굴해 알리는 사업이다. 올해 사례 공모 기간에는 수기·사진·동영상 등 3698편이 접수됐다. 교육부는 이날 정 씨의 편지를 비롯한 편지(수기)·사진·만화·동영상 등 4개 분야 32편을 입상작으로 선정해 시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