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가족과 왕래하지 않은 장남이 이복동생에게 아버지의 제사 주재권을 넘겨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32부(박형남 부장판사)는 A(54)씨가 이복동생 B(31·여)씨를 상대로 "아버지의 유골을 넘겨달라"고 낸 유골 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두 사람의 부친인 C(망인)씨는 일본에 건너가 살면서 첫 번째 결혼으로 장남 A씨를 비롯해 1남 2녀를 낳았다. C씨는 부인과 협의 이혼한 뒤 국내에서 다른 여성을 만나 다시 혼인신고를 했고, 슬하에 B씨 등 1남 1녀를 두었다. 국내에 살면서부터 C씨는 일본에 있던 자녀들과는 거의 연락하지 않았다. 10여 년 전 장남의 요청으로 일본에 갈 일이 생겨 여비를 부탁했다가 거절당한 뒤부터는 아예 연락이 끊겼다. C씨는 투병생활 끝에 2012년 사망했다. B씨는 어머니와 남동생이 제사를 지낼 여건이 되지 않자 자신이 사는 뉴질랜드로 부친의 유골을 가져가 제사를 지내고 있다.
A씨는 이에 "아버지가 생전 당신의 제사를 지내달라고 당부했는데, B씨 등이 사망 소식을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장례를 치르고 유골을 은닉했다"며 소송을 냈다. A씨는 자신이 부친의 유골을 국내 한 사당에 안치해 제사를 지내겠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정상적으로 제사를 지낼 수 없어 보인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판부는 "A씨는 수십 년간 망인 및 피고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태어나서 지금까지 일본에서만 살아온 데다 한국어도 서툴러 과연 정상적으로 제사를 지낼 의사나 능력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이복동생 등이 고령에 문맹인 부친의 재산을 팔고 그 돈을 감췄다고 주장하면서 상속분도 내놓으라고 했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 "피고들이 망인 재산을 처분해 그 대금을 감췄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