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례식장 빈소에 유족이 놓고 간 근조화환을 수거한 뒤 재활용한 혐의로 기소된 화환 도매업주들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범죄 사실에 대한 증명이 부족한 게 무죄 판결의 주요 이유가 됐다. 대전지법 형사 9단독 이주연 판사는 7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2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B씨 등 12명에 대해서는 공소를 기각했다. 대전에서 화환을 제작해 판매하는 A씨 등은 지역 내 종합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유족들이 놓고 간 근조화환을 사들인 뒤 일부 시든 국화꽃은 버리고 싱싱한 국화꽃은 물에 담가 보관했다. 이어 소매업체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장례식장에서 수거한 국화꽃을 재사용해 제작한 근조화환을 마치 새 국화꽃을 사용해 제작한 것처럼 배송해 판매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A씨 등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이런 방법으로 최소 2천240만원, 최대 3억2천930만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
재판부는 A씨 등이 새 국화꽃을 사용해 근조화환을 제작했다고 표시·광고하지 않았고, 소비자들이 거래 여부를 결정하는데 영향을 주는 것은 국화꽃의 신선도 및 품질이라며 이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가 없다보니 피해자들이 피고인들이 판매하는 근조화환을 새 국화꽃으로 제작한 것으로 착오에 빠졌는지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국화꽃을 재활용했다고 해서 곧바로 국화꽃의 신선도 및 품질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모든 피해자가 값이 더 비싸더라도 새 꽃으로 만든 근조화환을 사는 것을 선호해 재활용한 꽃으로 만든 근조화환임을 알았다면 이를 사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피고인들이 국화 재활용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B씨 등 12명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성명, 피해자의 수, 피해자별 피해액 등이 전혀 특정되지 않았다"며 공소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