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천’은 영화 속에서 죽은 이들이 하늘로 가기 전 49일간 머무르는 가상의 공간을 뜻한다. 신라시대 퇴마부대 ‘처용대’의 일원이었던, 이곽(정우성)은 귀신을 부른다는 누명을 쓰고 마을사람들로부터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연인(김태희)을 좇아 중천에 가게 된다. 그곳에서 ‘천인’ 소화가 된 연인은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한편, 처용대 대장이었던 반추(허준호)는 왕실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해 동료들과 함께 죽는다. 그는 중천에서도 원귀들을 모아 반란을 일으켜 천인 소화가 가진 영체 목걸이를 얻어 세상을 지배하려고 한다. 영화는 이들 세 사람이 펼치는 멜로와 액션을 담아낸다.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소화를 향한 정우성의 눈빛 연기는 애절하다. 김태희 역시 영화가 진행되면서 변화하는 소화의 심경을 잘 보여준다. 허준호 역시 그 특유의 카리스마 연기를 통해 관객들을 휘어잡는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액션신은 지금까지 봐온 그 어떤 영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아니 그 이상이다. 순수 국내 기술에 기반한 컴퓨터 그래픽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 판타지대작 ‘반지의 제왕’을 능가한다는 평도 속속 들려온다. 한국영화의 신기원을 이룩했다해도 과언이 아닐 듯. 다만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 때문일까, 영화 속에서 반추가 왜 그토록 세상을 지배하려고 하는지 충분한 설명이 부족하다. 또 초반의 웅장한 시작과 비교해 영화의 결말이 너무 가벼워 싱겁다는 느낌이 드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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