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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

모든것 버리고 고락함께하는 큰형님

 
- 박희돈 목사가 영등포역 광장에서 일회용 종이그릇에 따뜻한 밥을 담아 건네주고 있다
●영등포역에서 사랑 퍼주는 박희돈 목사●
◈모든 것 바쳐 밥나눔 4년째…“미쳤다” 가족·교인 떠나◈
◈이혼 고통에 귀 멀어…노숙인들도 마음열고 이젠 ‘식구’ ◈

4년 전이었다. 지방 대학에 강의하러 갔던 박희돈(50) 목사가 서울 영등포역에 도착했다. 새벽 3시30분이었다. 그 많던 인파들도 종적을 감추고 가로등 불빛만이 지키는 황량한 역 광장 한편에서 사람 그림자가 비쳤다. 빨간 원피스를 입은 젊은 여자였다. 그는 휴지통에서 컵라면을 꺼내 국물을 마시고 있었다. 성폭행을 피해 남자 노숙인들마저 모두 잠든 시간에 거리로 나와 그제야 그들이 먹다 남은 쓰레기를 뒤져 허기를 때우는 여자 노숙인이었다. 빈속에 흘러드는 라면 국물처럼 그날 이후 노숙인들이 그의 삶 한가운데로 들어와 버렸다.

◆무력감 절실했던 복지학박사

그는 영등포역 부근 교회에서 목회하던 목사였고, 여러 대학에서 강의하던 복지학 박사였다. 쓰레기를 뒤지던 여성 뒤에서 복지학 박사로서도, 목사로서도 무력하기만 한 자신을 발견한 그는 그 껍데기들을 쓰레기통 속에 버린 채 밤이면 김밥장수처럼 100여명분의 김밥을 싸들고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러다 따끈한 국물이 좋을 것 같아 교회에서 국수를 삶아 밥 한 공기씩과 함께 주었다. 그것도 춥고 허기진 노숙인들의 속을 달래긴 미흡하기만 해 국물과 반찬을 갖춘 백반으로 메뉴를 바꾸었다. 그러자 이 밥을 먹으러 온 노숙인 500~600여명으로 교회가 있는 골목길은 밤마다 장사진을 이뤘다.

그렇게 노숙인들이 그에게 오는 동안 지금까지 그의 곁을 지켜주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그를 떠났다. 박 목사가 노숙인에게 미쳐 밑 빠진 독처럼 노숙인을 살리는 데 교회 헌금을 쏟아붓자 80여명의 교인들 대부분이 교회에 발걸음을 끊었다. 그를 떠난 것은 교인들만이 아니었다.
오랜 친구들의 돌아선 등은 겨울 벌판에 버려진 노숙인만큼이나 그를 더욱 더 춥게 했다. 며칠 전엔 모교 동창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모임에 나오지 말라”는 통보였다. “네가 나오면, 아무래도 도와야 할 것 같은 부담 때문에 편히 먹고 마실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가족은 그의 변신을 부담이 아니라 배신으로 받아들였다. 원자력병원 원목으로 9년을 근무하면서 넓은 아파트에 살며 좋은 차를 몰던 그가 갑자기 가정을 돌보지 않고 노숙인만을 돌보자 주위에선 그가 “돌았다”고 했다. 가족들은 “다른 사람들이 그런 좋은 일을 하는 것은 좋지만, 내 가족이 하는 것은 싫다”고 했다. 지난해엔 마침내 이혼까지 했다. 그 과정에서 겪은 심리적 고통으로 그는 귀가 멀어버렸다. 그는 그렇게 한쪽 귀에 3등급 청각장애를 가졌지만, 20여명씩 떼로 몰려다니며 가끔씩 난폭한 행동을 하곤 했던 농아 노숙인들은 동병상련 때문인지 그를 더욱 따랐다. “신발 좀 빌려 달라”, “양복 좀 빌려 달라”, “돈 만원만 빌려 달라”, “쌀 한 포대만 꿔 달라”면서 끊임없이 그의 진심을 테스트하던 노숙인 ‘어깨’들도 이제 그를 ‘큰형님’으로 따른다.

박 목사는 지금 밥사랑열린공동체 식당 방에서 노숙인들과 함께 자고 먹고, 한 단체에서 노숙인들에게 나눠준 점퍼를 걸치고 지낸다. 부모나 가정, 직장 등에서 버림받은 아픔과 경쟁에서 실패한 경험을 천형처럼 안고 사는 노숙인들은 밥보다 더 정에 굶주린다. 박 목사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들과 함께 뒹굴며 잔정을 나누는 것이다.
밤마다 골목길을 가득 메운 노숙인들 때문에 손님이 끊겼다는 숙박업소들의 민원 때문에 그는 함께 사는 노숙인 출신들과 함께 밥을 해서 매주 수, 목, 일요일 저녁 8시에 영등포역 광장에서 밥을 날라다가 나눠준다.

◆다른눈으로 보기시작한 혈육들

그는 요즘 막혔던 귀가 뚫린 듯한 기분이다. 어느 날 그가 노숙인들에게 밥을 나눠주는 모습을 지켜본 딸은 대학을 졸업한 뒤 그의 일을 돕겠다고 하기에 이르렀고, 버스로 두 정거장 거리밖에 안 되는 여의도에 살면서도 와보지 않던 여동생도 3개월 전부터 그를 돕기 시작했다.

그는 오늘도 밥을 들고 영등포역 광장으로 노숙인들을 찾아갔다. 거리의 휘황찬란한 크리스마스 트리 때문에 더욱 더 어둡고 절망스런 노숙인들의 마음을 밝힐 희망 한 줌 안겨주려고. 010-3137-2642, (02)2678-1164, cafe.daum.net/1004e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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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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