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복인 18일 낮 서울 명동의 한 유명 삼계탕집.
정오가 되기 전부터 좌석 200여석이 가득찼다. 2층 식당에서 시작된 줄은 건물 밖까지 이어져 수십 명이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정장 차림의 회사원 뿐만 아니라 일본·중국뿐만 아니라 서양에서 온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짧은 점심시간 탓에 마음이 초조한 회사원들은 줄을 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다른 삼계탕집에 전화를 돌려 상황을 알아보고 있었다.
인근 회사에서 근무하는 김종진(32)씨는 "낮 12시가 되기 전에 오려고 서둘렀는데 좀 더 빨리 나올 걸 그랬다"며 "뜨뜻한 삼계탕을 먹기에 좋은 날씨인 것 같다"고 말했다. 독일인 리아 기제(29·여)씨는 "한국인 친구와 쇼핑을 하다 오늘이 '삼계탕 먹는 날'이라기에 따라왔는데 정말 힘이 나는 것 같다"며 "특히 곁들여 먹는 인삼주가 아주 마음에 든다"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통삼계탕'을 자랑하는 강서구의 한 식당의 주인은 "평소보다 손님이 4∼5배는 많은 것 같다"며 "닭도 5배 정도 더 많이 준비해놨다"고 바쁘게 손을 놀렸다.
각 기관의 구내식당들도 특식으로 삼계탕을 내놓았다. 서울남부지검의 구내 식당에서 만난 직원은 "복날이라 삼계탕을 먹어야 할 것 같긴 한데 밖에 나가봤자 사람만 많고 비쌀 것 같아 아래로 내려왔다"며 "가격도 4천원으로 저렴하고 양도 적당해 만족한다"고 웃었다. 보신탕을 두고서는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보신탕집은 찾아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동물단체는 개 식용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이날 점심시간에만 평소의 2배인 100인분 가량을 팔았다는 성북구의 한 보신탕집 관계자는 "원래 개고기 '마니아'들은 복날에는 보신탕집을 피한다"며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손님에게 양보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서울 근교의 보신탕집을 다녀왔다는 김미순(55·여)씨는 "오전 11시 30분 전에 도착했는데도 사람이 꽉 차 30분 이상 기다렸다"며 "요즘같이 더울 때에는 피로감을 더 많이 느끼는데 원기충전 제대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이날 오후 홍대 거리에서 개 식용 금지를 알리는 거리 행진을 벌였다. 동물사랑실천연대는 지난주 금요일 서울시청 앞에서 개고기 판매 금지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한 데 이어 중복을 앞둔 다음 주 토요일 홍대에서 같은 캠페인을 이어간다. 온라인에서는 동물자유연대가 진행하는 '개 식용 반대' 피켓 들고 찍은 인증샷 올리기 캠페인 등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