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전모가 확인된 부엽공법은 물이 흘러드는 계곡 중심부의 동쪽 성벽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된 것. 성벽 안쪽으로 15m쯤에 나뭇가지로 치밀하게 엮은 울타리를 동·서로 2개 만들어 그 속에 나뭇가지와 잎, 풀 등을 다져 메우고, 다시 그 위에 흙을 덮어 성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했다. 특히 이곳 부엽층에선 지난 1992년 이후 241점의 목간이 출토된 데 이어 올해 조사에서도 추가로 5점이 확인돼 ‘목간의 보고(寶庫)’로 주목받고 있다.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소장 강순형)는 20일 오후 2시부터 함안박물관 및 성산산성 현장에서 자문회의 및 현장설명회를 열고 이같은 성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
지름 5㎝ 안팎의 말뚝을 대략 50~60㎝ 간격으로 설치하고 그 사이에 지름 3㎝ 정도의 나뭇가지를 70~80㎝ 정도의 너비로 엮어서 고정한 서쪽 나무울타리와 동쪽 나무울타리 사이에 나뭇가지와 잎, 풀뿐만 아니라 폐기된 목간 및 토기 등을 다져 메웠다. 마치 연약한 지반의 기초공사에 토목건축용 고분자 섬유 매트리스를 설치해 부등침하(기초지반의 침하로 구조물이 불균등하게 가라앉는 것)와 침식을 방지하는 현대공법(저면매트포설 시공법)과 같은 원리로 한국 고대건축 기술의 우수성을 보여준다. 부엽공법은 중국에서 기원,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에서도 묵서(墨書·붓글씨)가 확인된 명문목간 3점을 포함해 모두 5점의 목간이 출토됐다. 한 면만 묵서가 있는 목간 2점에선 각각 ‘지모라패(之毛羅稗)’와 ‘□□□□북패(□□□□北稗)’, 양면묵서 목간 1점에선 전면 ‘신단(신)원(북)(新旦(新)元(北))’·후면 ‘신고패석(新古稗石)’의 글자가 확인됐다. 부엽층의 조사에 따라 목간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이 크다. 이로써 성산산성에서 지금까지 출토된 목간은 246점으로 늘어났다. 가야문화재연구소의 이성준 학예연구사는 “부엽공법을 위해 인위적으로 목간을 폐기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출토된 목간의 절반 이상이 이곳에서 나왔을 정도로 목간의 빈도와 집중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