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를 대비하여 알뜰살뜰 불입하는 상조회비로 덩치를 키운 상조업체들이 이제는 돈없이 큰돈삼키는 기업사냥꾼들의 만만한 밥이 되고 있다. 기업은 고객이 키우고 열매는 엉뚱한 군상들이 낚아채는 이런 기현상은 상조회사 규모의 대소와 상관이 없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문제는 상조회사가 기업사냥꾼들의 밥이 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어느때라도 발생할 수 있다는데 있다. 향군상조의 예를 통해 그 실상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예상 피해액이 1조6천억원에 달하는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재향군인회(향군) 상조회 전 임원들이 구속됐다.
서울남부지법 성보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3일 장모 향군 상조회 전 부회장과 박모 전 부사장에 대해 "증거 인멸과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봉현(46·구속)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도와 '무자본 인수합병'(M&A) 방식으로 향군 상조회를 인수하고, 김 회장과 함께 상조회 자산 약 378억원을 횡령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 등)를 받는다.
또 횡령 사실을 숨긴 뒤 향군 상조회를 A 상조회사에 다시 팔아넘겨 계약금으로 250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도 있다.
향군 상조회는 올해 초 김봉현 회장이 주도한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향군 정상화 추진위원회 측은 김 회장과 김진호 향군 회장이 결탁해 이 매각을 졸속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김진호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봉현 회장은 5개월가량 도피행각을 벌이다 지난달 말 서울 모처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향군 자산 횡령 혐의 외에도 자신이 실소유한 상장사인 스타모빌리티 회사 자금 517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