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시 행사를 약속하고 비용을 선납 받는 상조업은 순수 서비스업의 개념을 벗어난 준 금융업 성격으로 애초부터 신뢰도 확보가 가장 중요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에 상조업이 가장 활성화되었던 시기인 2000년대초부터 약 10년간, 신생 상조업체들이 대고객 신뢰도 제고 문제에 어떻게 대처해 왔는가? 지난 날들을 돌아 보는 것도 오늘 현실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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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먼저 글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업계 이력 20년 중에 상조분야에 특별한 관심을가지게 된것은 2003년 정도로 생각된다. '하늘나라'란 추모컨텐츠 사업에 이어 2000년도에 강동구 교수와 함께 운영하게된 '(주)효손흥손'을 이직하고 '하늘문화원'을 설립한 2003년 9월이었으니 그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해 11월 '하늘문화신문'을 인가 받았고 이듬해 3월 창간호를 발간하면서 장례사업과 신문발간 사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던 시기였다.
장례업계 전문지답게 당연히 장례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만나고 답사하면서 취재하며 업계 네트워크가 확산되고 있었다. 여의도에서 개최된 장례박람회에 참가한 장례사업체들을 취재하면서 필자의 주거지와 가까운 강동구 길동 소재 'K장재' 란 장례용품 생산업체를 알게 되었다. K장재는 주로 수의와 부속품을 생산하면서 장례식장을 주로하여 전국에 거래처를 다수 확보하고 있었다. 오너 O사장은 부드럽고 친밀한 성격의 소유자로 필자와도 곧 친밀해졌다.
어느 날 그가 제안하기를 자신이 새로 설립한 법인기업에 주주로 참여해 달라는 것이었다. 재정이 모자라는 것이 아니라 뜻있는 사업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고마운 제안이었다. 그 회사가 바로 '상조이행보증주식회사'란 법인이었다. 그에게 이 사업을 제안한 사람은 부산에서 장례업체를 운영하던 K란 젊은 사장이었다.
사업의 요지는 상조회사가 회원을 모집할 때 회사의 신뢰도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유사시의 장례행사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여 안심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한데 구체적 실행 방안으로 전국에 의전네트워크를 갖추어 이행보증 시스템을 만들고 이행보증서를 발급해 주어 고객들로 하여금 안심하게 해주는 내용이란 것이었다.
그 젊은 사장의 아이디어는 장례행사의 핵심은 용품인데 그 용품을 직접 생산하는 K장재가 강력 지원하는 한 저렴한 비용으로도 가능하고 이를 계기로 '이행보증' 관련 불입금을 지속적으로 받는 것만으로도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장례행사란 용품이 주종을 이루고 나머지는 인건비 정도만 추가하면 되는 것이므로 상조이행보증은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또 K장재 O사장은 자신이 용품생산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사업성이 좋겠다고 판단하고 '상조이행보증주식회사'란 이름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그 젊은 사장은 전국 어디로든 출동하여 장례행사를 제공하는 업무를 책임지기로 하는 등 주도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아무것도 아닌듯한 내용이겠지만 상조업이 번창하면 '이행보증'이 핵심이슈가 되었던 15년 전 당시에는 우수한 아이디어였다.
필자는 주주로 참여하는 것은 일단 보류하고 가능한 범위내에서 협력해 나가면서 젊은 K사장과도 수시로 만나게 되었다. 그는 지방에서 활동하면 신뢰성에 불리한 점이 있으므로 서울로 주소를 옮겨야겠다고 하면서 자주 상경하면서 필자와도 인연을 맺게된 것이었다. 그는 필자가 발간한 신문을 부산에서도 접하면서 신문이 가진 신뢰성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마침내 그는 지방에서 활동하는 것이 서울보다 신뢰성이 떨어지므로 필자에게 회사의 운영을 맡기고 자신은 장례행사에 전념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또, K장재 O사장도 점차 필자에게 중요한 일들을 맡기는 형세가 되어 갔다. 그러다가 필자가 운영을 전담하던 과정을 거쳐 결국은 상조이행보증주식회사의 대표가 되기에 이르렀다.
필자의 사업상 고뇌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생기기 시작했다. 기존 상조이행보증서 약관을 체크하고 수정, 보완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면서 상조관련 법인의 운영자로서의 고심이었다.
과연 '상조이행보증'이란 것이 자본이 없이도 가능한 것일까?
개념없이 이행보증서를 발급해 주었다가 정작 유사시에 신속 대처할 수가 있을까?
무엇보다 고객들에게 이행보증서를 발급해 주는 것이 사기성이 있는 것은 아닌가?
당시 업계일부에서도 '행사를 보증해 주는 것 자체가 사기다.'고 인식하고 아예 관심을 꺼버린 사람들도 많았다. 필자는 연구와 고심을 거듭한 결과 어느 날 언뜻 생각이 미첬다. ‘상조이행보증서’는 개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것이 아니라 상조회사 자체를 대상으로 업체 간의 협약에 의해 발급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필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 비윤리적인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당시에도 공정위원회가 적법과 정의의 기준이었다. 필자는 고민 끝에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알아보기로 하고 질의서를 작성, 제출했다. '상조이행보증주식회사'란 기업이 특정 상조회사를 상대로 만일 상조회사가 폐업시 회원고객들에게 약속한 장례행사를 대행해 주는 것이 공정위 소비자 약관에 위배되는 것인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당시 업계의 중요한 오해는 상조이행보증서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증서로 잘못 알고 있는 것이었다. 조건과 가입 시점이 각각 다른 회원들에게 행사이행을 단순히 보증한다는 것은 필자 생각에도 불합리한 것이었다. ‘상조이행보증주식회사’의 이행보증서는 해당 상조회사를 상대로 한 기업대기업 차원의 약속인 것이었다. 다만 상조회사는 그 사실을 증명한 이행보증서의 사본을 상조회원 증서에 첨부하는 것이다. 즉, 개개인들에게 장례행사를 보증하기는 어려워도 상조회사 전체의 회원 사항을 일괄로 인수 받아 해당 회원들의 장례행사를 책임지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필자는 장례식장과 제휴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신이 있기도 했다. 또 현행 공제조합도 기본 성격은 마찬가지기도 하다.
마침내 공정위에서 공식 답변 공문이 오기를 공정위의 소비자 약관은 회사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며 기업대(對)기업간의 제휴협력 문제는 공정위 소비자 약관 사항에 해당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즉 필자의 상조이행보증서는 법적인 해당사항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곰곰 생각해보면 그때 지혜를 짜내어 연구하고 실행한 상조이행보증 시스템이 현행 상조공제조합 업무형태의 원조격이라고 볼 수 있다. 비록 당시에 완벽하지는 못했던 이행보증 시스템이었지만 지금의 공제제도 또한 완벽하지 못한 것까지도 매우 유사하다. 어쨋든 정부가 미처 해결하지 못한 상조업무의 공신력 문제에 7년 가량 한때나마 정부 정책의 대안이 되어 주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계속)
다음은 ‘상조이행보증주식회사’의 발전과 의욕적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