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의 20대 남성 A씨는 희귀병으로 시력을 점점 잃어가던 중 자해를 해 응급실을 방문했다. A씨를 만난 사례관리사는 그가 좌절감과 혼란을 해결하도록 돕고 점자교육과 보행훈련 등 현실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 복지자원과 연계해 새로운 삶을 찾도록 지원했다. 전라북도의 80대 B씨는 원만하지 않은 가족관계로 다량의 수면제를 마시고 응급실을 내원했다. 퇴원 후 손 편지와 전화상담, 문자 안부를 통해 보내는 사례관리사의 정성에 B씨는 “살면서 이렇게 누군가의 관심을 받아본 것이 처음”이라며 글씨를 배우기 시작하는 등 새로운 삶의 의지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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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이처럼 응급실로 내원한 자살시도자를 상담하고 퇴원 후에도 지역사회의 복지·의료서비스와 연계하는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의 성과를 분석해 3일 발표했다. 사업은 병원에 배치된 상담인력(병원당 2명)이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중 서비스에 동의한 환자를 지속 상담하고 퇴원 이후까지 지역사회의 복지·의료서비스와 연계해 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재 전국 27개 병원에서 시행 중이다. 복지부는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응급실을 찾은 1만 3643명의 자살시도자 중 서비스에 동의한 6159명(47%)에게 사후관리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결과, 2015년 말 기준으로 응급실 방문 자살시도자의 10.6%가 사망했는데 서비스를 받은 수혜자의 사망률은 5.9%로 비(非)수혜자의 사망률(14.6%)보다 낮았다. 손목자상, 약물·가스중독, 질식 등 자살로 추정되는 사망자의 비율은 5.7%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사후관리 서비스를 받은 수혜자의 사망률은 3.7%로 집계됐다. 이는 비수혜자의 사망률 7.5%의 절반 수준이었다. 확인된 사망률로 해당 응급실 내원자 전체 ‘사망규모’를 추정하면 자살로 추정되는 사망자는 서비스를 받지 않은 비수혜자 517명, 서비스를 받은 수혜자 228명이다. 서비스 제공을 통해 총 사망자 기준으로는 약 536명, 자살추정 사망자 기준으로는 약 234명의 생명을 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원광대학교 산본병원에서 사업을 운영 중인 위대한 응급의료과 교수는 “자살시도로 응급실을 방문하는 분들 중 혼자오거나 치료도 제대로 않고 퇴원하는 등 염려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살시도자는 사후관리를 통해 적절한 치료나 지역사회 서비스로 연계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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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방문규 복지부 차관은 이날 오후 인천 가천대 길병원을 방문해 각 지역 병원에서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실무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노고를 격려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실태조사 및 심리부검 결과를 보면 자살시도자의 자살위험은 일반인보다 25배나 높다”며 “응급실을 기반으로 자살시도자에 대한 사후관리 성과가 확인된 만큼 사업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자살재시도 위험을 감소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의: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044-202-2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