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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인공지능 '알파고'의 위력에 인간 바둑천재 패배

바둑계가 예상 외의 결과에 큰 충격에 빠졌다. 인공지능(AI) '알파고'는 9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1국에서 이세돌 9단을 상대로 186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뒀다. 당초 바둑계는 이세돌의 일방적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알파고는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뛰어난 계산과 수읽기로 주도권을 내주지 않고 전투적 기풍을 보였다. 끝내 승리를 가져가면서 모두를 충격에 빠트렸다. 대국 종료 후 이 9단은 "알파고에 너무 놀랐다"며 "진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늘 바둑은 초반의 실패가 끝까지 이어진 것 같다.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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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국 현장에서 공개 해설을 한 김성룡(40) 9단은 "이세돌 9단도 충격을 받았지만 프로기사 모두가 충격적인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해설하면서 분명 프로기사가 느끼는 것과 다른 스타일을 느꼈다. 알파고는 실수를 했어도 시종일관 냉정을 유지한 것이 특이하다. 알파고의 승리 원인은 냉정함인 것 같다." KBS 2TV 중계방송을 해설한 박정상(32) 9단은 "생각보다 알파고가 만만치 않다. 섣불리 판단하면 안 되겠다"고 전했다. "기사 입장에서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다. 부분적 수 읽기에 대해선 이세돌 9단도 세계 최고의 선수다. 하지만 인공지능 최고의 장점도 바로 그 부분이었다." 바둑TV를 통해 해설한 유창혁(50) 9단은 이 9단이 패배할 가능성이 짙어지자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유 9단은 "이세돌답지 않게 실수가 많았다"며 "이세돌이 정상 컨디션이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 번 지고 나면 다음 대국 때에는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에, 내일 대국에선 기량 발휘를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한편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매치'는 15일까지 포시즌스호텔 서울 특별대국장에서 5회에 걸쳐 치러진다. 매일 오후 1시에 대국이 시작된다. 우승자에게는 100만 달러(약 12억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알파고가 승리하는 경우 상금은 유니세프와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 및 바둑 관련 자선단체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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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첫판을 이겼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을 빠르게 추월하는 추세를 걱정한 사람들이 마지막 희망을 건 분야들 가운데 하나가 바둑이었으므로 문화적 충격은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 승부는 이미 정해진 터였다. 설령 이번 대전들에서 전패(全敗)하더라도 알파고가 멀지 않은 장래에 인간 기사들을 이기리라는 것은 확실했다. 장기든 바둑이든 고스톱이든 게임이라 부르는 것들은 본질적으로 '계산 장치'다. 그리고 계산이야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보다 훨씬 낫다. 서양 장기에서 인공지능이 최고수를 이긴 것은 벌써 여러 해 전이다. 10대 후반의 기사들이 이름 높은 바둑 고수들에게 흔히 이기는 현상도 그 나이의 사람이 계산을 가장 잘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빠르게 사람의 지능을 보강하고 대치한다. 이미 여러 분야에서 특히 진료와 법적 판단에서 전문가 체계(expert system)라 불리는 인공지능이 자리를 잡았다. 전문가 체계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고하는 규칙들과 자료들을 정리해서 스스로 판단할 뿐 아니라 스스로 배우는 능력까지 갖춰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한다.

이런 추세에서 상징적 사건은 이미 40년 전에 나왔다. 19세기 중엽 수학자들은 '4색 추측'을 내놓았다. 맞닿은 구역이 같은 색이 아니도록 지도를 칠하는 데는 네 가지 색깔들로 충분하다는 얘기다. 이 추측의 증명은 보기보다 힘들어서 1976년에야 나왔다. 그러나 증명 과정이 너무 방대하므로 컴퓨터 프로그램만이 따라갈 수 있다. 인공지능이 수학적 증명의 본질적 부분이 된 것이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왔지만, 우리 사회에선 그것의 성격에 대한 논의가 드물었다, 당장 일자리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주로 얘기한다. 알파고의 선전은 인공지능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나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왜 그리도 혁명적인가? 생명체들은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존한다. 그렇게 적응하는 기본적 수단은 유전자들에 담긴 지식으로 본능이라 불린다. 환경에 빠르게 반응하기 위해서 동물들이 발전시킨 뇌에 담긴 지식은 지능이라 불린다. 사회에 존재하는 지식은 문화라 불린다.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사람의 뇌에 자리 잡은 지능을 보완한다. 사람의 지능이 만든 기술이지만 다른 기술들과 달리 지능과 같은 수준에서 작동한다. 여기에 인공지능의 혁명성이 있다.

그래서 기계들에 인공지능이 장착되면 기계들은 자율성을 지니게 된다. 무인 항공기나 '운전자 없는 자동차'는 이런 추세를 잘 보여준다. 지금까지는 기계들이 사람의 근육을 보강하거나 대치했지만, 인공지능이 장착된 기계들은 사람을 완전히 밀어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사람의 뇌는 거의 바뀌지 않는다는 사정이다. 사람의 뇌는 이미 생존에 필요한 수준보다 9배가량 커서 출산이 무척 힘들고 위험하다. (사람은 다른 유인원들보다 뇌가 3배가량 크고, 유인원들은 원숭이들보다 뇌가 3배가량 크다.) 반면 인공지능의 용량은 제약이 없다. 그리고 한 가지 일을 잘하는 인공지능들을 한데 융합하는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이런 추세의 끝은 모든 면에서 사람들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출현일 것이다. 현재 전문가들의 평균적 예측은 2040년경에 그런 초지능(超知能)이 나오리라고 본다. 초지능이 나온 세상에서 생태계에 군림하는 사람의 지위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초지능이 자신을 낳은 인류에 호의적이리라는 보장도 없다. 실제로 많은 석학들이 인공지능의 연구를 자제하자고 주장한다. 그런 제안은 부질없지만 그들이 고뇌하는 문제들은 우리도 성찰해야 한다. 그러면 바둑의 장래는? 알파고가 사람보다 잘 둔다 해서 애기가들이 수담(手談)을 마다할 리는 없다. 기계가 사람보다 훨씬 빨리 달린다고 100m 경주가 시들하거나 우사인 볼트의 인기가 줄지 않는다. 그래서 이창호나 이세돌의 일화들은 오래 전설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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