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시설에서 학대당하는 노인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치매케어학회는 20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서울치매케어포럼'을 열고 요양시설에서 발생하는 노인 인권침해 사례를 근절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회에 따르면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이 국내에 도입된 이후 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신체적 또는 정신적 학대에 따른 인권침해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4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시설 내 노인학대는 2010년 127건에서 2014년 246건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시설에서 노인인권 침해를 막으려면 명문화된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성구 국립서울병원 의료부장은 "시설 입소자의 신체 자유를 제한하는 격리 및 강박이 지나칠 정도로 긴 시간 동안 강력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남용을 억제하려면 치료진이 쉽게 격리·강박을 시행하지 못하도록 명문화된 지침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호주 등 해외의 경우 격리·강박을 시행하기 전에 의사의 서면 처방을 요구하거나 최대 강박 시간을 4시간으로 제한하는 등의 명문화된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격리·강박 지침 적용기준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해제 시한도 제한이 없다는 게 최성구 의료부장의 설명이다. 또 시설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송준아 고려대학교 간호대학 교수는 "시설 이용 노인들은 치매환자이거나 몸을 가누기 어려운 경우가 대다수로 학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며 "당사자보다는 이들을 돌보는 인력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인권의식을 함양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설 근무자도 자신의 행위가 학대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치매노인과의 의사소통 전략, 정신행동증상 대처 등의 훈련과 더불어 인권교육이 시행돼야 한다"고 송 교수는 덧붙였다.
[일본의 경우] 돌봄대상 많지만 박봉·야근에 일손 부족, 도산도 속출
'돌 볼 사람은 늘어나지만 저임금·중노동을 감수할 훈련된 인력은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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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닌 일본 노인 간병의 현실이다. 재작년 일본 가와사키(川崎) 시의 한 요양시설에서 발생한 80∼90대 노인 3명의 연쇄 추락사가 당시 직원이었던 20대 남성의 범행으로 최근 드러나면서 노인 간병의 어두운 실태가 일본 사회에서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번에 용납할 수 없는 극단적 방법으로 표출됐지만 간병 시설의 노인 학대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7일자 마이니치 신문이 소개한 후생노동성 통계에 의하면 일본 전국 지자체가 2014년도(2014년 4월∼2015년 3월)에 확인한 노인 학대 건수는 1만 6천 39건으로 8년전에 비해 27% 늘었다. 전반적인 증가 추세 속에 요양 시설과 방문 간병자에 의한 학대 건수는 2012년도에 155건이던 것이 2014년도에 300건으로 거의 배로 늘었다. 요양시설에서 노인을 학대한 것으로 신고된 사람 328명 중 '30세 미만'이 22%로 가장 많았고, 복수 응답으로 원인을 조사했더니 '교육·지식·간병기술에 관한 문제'가 약 63%로 최다였다. 치매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젊은 간병사들이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되는 상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통계다.
간병 업무가 박봉인 반면 일은 매우 힘들어 전문지식과 의지를 가진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인 요양시설에서 저녁부터 이튿날 아침까지의 야근 시간대에 한 명의 간병사가 수십명의 입소자를 맡아 기저귀 교환 등을 하다보면 노인들과 간병사가 서로 상대에 대해 불만과 좌절감을 갖기 십상이라고 마이니치는 지적했다. 일은 힘든 반면 2014년의 간병직원 평균 월수입은 약 22만 엔(약 234만 원)으로 산업 전체 평균에 비해 3분의 1 가량 적었다. 그런 와중에 간병 직원 이직률은 2014년도 기준 16.5%에 달했다.마이니치는 "아베 정권은 '1억 총활약 사회' 실현을 위한 대책의 기둥으로 '개호이직 제로'(가족 간병을 위해 직장을 떠나는 사람이 나오지 않게 한다는 의미)를 내걸고 2020년대 초반까지 50만 명 규모의 간병 시설을 확충하기로 했지만 간병 인력 부족은 이미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작년 간병 사업자의 도산(부채 1천만 엔<1억 620만 원> 이상) 건수는 2000년 간병보험 제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76건이었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