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 동안 우리 국민의 삶은 식사·수면 등 개인 시간이 크게 증가한 반면 일·여가·교제에 투입하는 시간은 줄었다. 특히 대면교제가 감소하고 문자나 이메일을 통한 비대면 교제는 증가해 개인화 현상이 심화됐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쇼핑·교제를 위한 시간이 단축된 영향도 있지만 개인의 자기 관리 성향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박정하·임지원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3일 발표한 '2000년 이후 한국인의 하루 24시간'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과 2014년 두 시점을 놓고 20대 이상 한국인의 삶을 비교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개인 시간은 증가, 일·여가·교제 시간은 감소한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2014년 식사·수면·개인위생·외모관리·개인 건강관리 등 개인 유지 활동에 사용한 시간은 1999년보다 47분 늘어난 10시간 58분(평일 기준)이었다. 반면 2014년 평일 의무 활동(일·가사·학습·가족 및 가구원 돌보기·이동)에 투입한 시간은 15년 전보다 22분 감소한 8시간 35분으로 집계됐다. 2014년 평일 교제 및 여가활동 시간 역시 4시간 26분으로 1999년보다 25분 줄었다. 개인 유지 활동을 보면 수면과 식사에 사용한 시간이 15년 동안 늘었다. 특히 2014년 성인의 일요일 수면은 8시간 43분으로 1999년보다 23분 증가했고 평일 수면 시간은 5분 길어진 7시간43분으로 조사됐다. 식사 및 간식 시간은 평일 1시간 56분, 일요일 2시간 4분으로 15년 전보다 각각 22분, 26분 늘었다. 연구진은 "맛집을 소개하거나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맛집을 찾아가는 20~30대 미식가들이 늘어나는 것과도 연관성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면교제 시간 줄어
개인 시간의 증가와 더불어 사람을 사귀는 데 있어 대면교제 활동 시간이 줄었다. 20세 이상 성인의 평일 대면교제는 15분, 일요일은 20분 감소했다. 비대면 교제의 경우엔 평일은 7분 증가, 일요일은 1분 감소했다. 연구진은 향후 개인화 추세 확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비대면 교제가 증가하는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5년간 남성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2014년의 성인 남성을 보면 15년 전보다 '요리남'과 '쇼핑남'이 증가했다. 2014년 음식 준비 및 정리 활동을 하는 남성 비중은 평일 23%, 일요일 29%로 1999년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남성이 실제 요리 및 정리에 투입하는 시간은 60대 이상을 제외하고 증가가 미미했다. 하루에 10분 이상 쇼핑에 투자하는 남성 비율도 크게 증가했다. 1999년과 2014년의 남성 쇼핑 비율을 비교해보면 20대는 9.6%→21.3%, 30대는 18.7%→33.9%, 40대는 14.3%→29.4%로 크게 증가했다. 과거 쇼핑 비중이 크지 않았던 남성의 구매력 파워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성의 가사 부담 집중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평일 성인 여성의 가정관리 시간은 1999년보다 26분 감소한 2시간 41분, 남성은 9분 늘어난 30분으로 집계됐다. 일요일 기준으로 보면 여성은 13분 감소한 3시간 1분, 남성은 22분 증가한 54분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가사에 참여하는 남성들의 수는 증가했으나 정작 가사 활동 시간은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며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 진출을 고려했을 때 가사 부담은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