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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낯선 고국에서 외롭게 숨진 동료 장례치러준 동포애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달 24일. 곳곳에서 가족과 친구끼리 웃음꽃을 피우던 이날 경기도 안산에서는 조촐한 장례식이 열렸다. 영정 속 고인은 '빵 아저씨'로 통하던 고려인 동포 김로만(65) 씨.


고려인 후손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살던 그는 할아버지의 땅을 찾아 2013년께 부인과 함께 한국에 들어왔다. 하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해 새벽부터 노점상에서 부인과 함께 러시아식 빵을 파는 것으로 빠듯하게 생계를 꾸렸다. 평소 심장이 약하던 김 씨가 갑자기 숨을 거둔 것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사흘 앞둔 지난달 21일. 유가족은 청천벽력 같은 비극을 받아들일 틈조차 없이 또다른 차디찬 현실에 부딪혀야 했다. 생활고에 허덕이던 탓에 제대로 된 장례식은 엄두도 내기 어려웠고, 유골함을 마련할 비용조차 막막했다.

이때 발벗고 나선 것이 고려인 동포들.

이들도 살림살이가 힘겨운 것은 마찬가지지만 머나먼 타향을 떠돌다 고국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은 고인의 명복을 빌고자 뜻을 모았다.  이들은 생활비를 쪼개 십시일반으로 조의금을 보탰고, 고려인 지원 단체인 '너머'도 장례비를 지원했다. 고인이 아침마다 빵을 팔던 자리에는 그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을 내걸고 그의 부재를 알렸다. 번듯한 영정 사진을 마련하지 못해 A4 종이에 고인의 사진을 인쇄한 것으로 대신해야 했다. 너머 관계자는 "로만 아저씨는 아침마다 같은 자리에 나와 빵을 팔며 출근길 허기진 주민에게 따스한 정성을 건넸다"면서 "그가 갑자기 보이지 않자 궁금해하는 분이 많아 길가에나마 사진을 남겼다"고 말했다. 24일 화장을 치른 뒤에는 안산 고려인들의 사랑방 격인 작은 동네 카페에서 조촐한 장례식이 열렸다.


고려인 주민들은 카페 한쪽에 마련된 고인의 영정 앞에서 명복을 빌고, 직접 준비해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유족을 위로했다. 관계자는 8일 "고려인 동포들은 한국어가 서툰 탓에 일용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은데, 요즘 같은 한겨울에는 이마저도 일자리가 없어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린다"면서 "심지어 노숙 생활을 전전하다 병원에 실려가거나 골방에서 고독사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 노동자 쉼터 등에 문의해도 도움을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면서 "그나마 민간단체, 종교 기관의 도움으로 간신히 삶을 꾸려가는 고려인을 위해 정부 당국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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