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22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남대문지역상담센터(이하 상담센터) 5층 강당에서 서울역 인근 회현동 쪽방촌 주민 120여명이 송년회를 열었다. 주민 김래성(58)씨가 일어나 이웃들에게 이런 새해 포부를 밝히자 ‘와’ 하는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2년 전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쪽방촌에 들어온 그는 한때 치료비는커녕 방세도 못 낼 형편이었다. 이웃들은 이런 그를 수시로 살피고 돌봤다. 중구청 위탁으로 쪽방촌 주민에게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담센터 측도 서울시 도움을 얻어 그에게 치료비를 지원했다. 그 덕분에 김씨는 건강을 회복해 새해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날 쪽방촌 주민들은 화이트보드에 그려진 희망나무에 각자 새해 희망을 적은 종이 이파리를 붙이고 돌아가며 발표했다. ‘국가고시 자격증 시험에 꼭 합격하겠다.’ ‘공공근로를 신청해 일을 해보겠다.’ ‘노래 봉사로 여러분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등의 갖가지 희망이 쏟아졌다. 상담센터 전익형 실장은 “5년 전부터 주민 송년회 때 희망 발표회를 열고 있다”며 “실제로 이웃 앞에서 밝힌 소망을 이룬 사람들이 적잖다”고 말했다. 지난해 송년회 때 ‘남에게 유익한 사람이 되겠다’고 했던 정모(61)씨는 올해 아마추어 사진작가가 됐다. 상담센터에서 운영하는 사진반 수업을 통해 실력이 크게 늘어 올해 서울시청 청사 내 시민청에서 열린 합동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했다. 작년 송년회 때 이웃들 앞에서 ‘다시 일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던 최모(55)씨도 올해 근처 꽃집에 취직해 일하고 있다. 쪽방촌 30년 주민인 이모(51)씨는 2년 전 시작한 붕어빵 장사로 돈을 모아 작년 11월 근처 다가구 주택에 새 보금자리를 얻었다. 이씨는 “이웃들이 하나 둘 희망을 이뤄가는 걸 보면서 나도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사랑의 짜장면 나누는 쪽방 주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