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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부모자식간 조건부 부양계약, 소송과 위약판결까지

‘상속 유류분 제도’ ‘유언장의 효력’ 재검토 시점

《 부모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권리를 되돌려줘야 한다는 주장과 불효자를 상속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유언장 효력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게다가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떠나려 해도 자녀들이 "나의 법정상속분을 내놓으라"고 소송하면 돌려줘야 한다. 부모를 평생 괴롭히고 홀대한 불효자를 겨냥해 "저 자식에게는 한 푼도 상속해주지 마라"고 유언장을 남겨도 통하지 않는다. 우리 민법에 1977년 도입된 `유류분 제도` 탓이다. 》


부모를 잘 모시는 조건으로 부동산을 물려받은 아들이 약속을 어겼다면 재산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A씨가 아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피고는 부동산 소유권 이전등기의 말소절차를 이행하라"며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03년 12월 서울에 있는 단독주택을 아들에게 증여했다. 대지 350여㎡에 세워진 2층짜리였다. 아들은 '아버지와 같은 집에 함께 살며 부모를 충실히 부양한다. 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해제나 다른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썼다. 이후 A씨 부부는 2층에, 아들은 1층에 살았다. A씨는 주택 외에도 임야 3필지와 주식을 넘겼고 부동산을 팔아 아들 회사의 빚을 갚아줬다. 아들이 외국출장을 오갈 때마다 대면해 기도해주는 등 물심양면으로 보살폈다. 그러나 아들은 생각이 달랐다. 한집에 살면서 식사도 함께하지 않았고 병고로 고생하는 모친의 간병은 따로 사는 누나와 가사 도우미가 맡았다. 아들은 A씨 부부에게 요양시설을 권했다. A씨는 주택을 매각해 부부가 생활할 아파트를 마련하겠다며 등기를 다시 이전해달라고 요구했다. 아들은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아파트가 왜 필요하냐"고 막말까지 했다. A씨는 결국 딸네 집으로 거처를 옮긴 뒤 아들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아들이 서면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집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직계혈족 부양의무가 이미 민법에 규정된 만큼 '충실히 부양한다.'는 조건은 일반적 수준의 부양을 넘어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법원은 12년 전 부동산을 넘긴 게 단순 증여가 아니라 받는 쪽이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부담부 증여'라고 봤다. 그러면서 "상대방이 부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증여계약이 이행됐더라도 해제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양의무를 이행했다고 볼 근거가 없고 오히려 패륜적인 말과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부모가 부동산 소유권을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효자로 돌변한 자녀에게 소송을 건다고 해서 전부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A씨처럼 각서라도 받아놓지 않으면 '효도계약'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민법 556조는 '증여자에 대한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때' 증여를 해제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등기이전 등으로 재산을 완전히 넘기기 전에만 가능하다. 동법 558조에 '이미 이행한 부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부양의무를 저버린 자녀에게 재산을 좀 더 쉽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올해 9월 민법의 증여해제 사유를 늘리고 558조를 삭제하는 내용의 '불효자 방지법'이 의원입법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기화로 부모들에게 자신의 재산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권리를 되돌려줘야 한다는 주장과 불효자를 상속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유언장 효력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자신이 평생 피땀 흘려 모은 재산마저 마음대로 기부하거나 상속할 수 없도록 해둔 법률은 문제가 많다. 게다가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떠나려 해도 자녀들이 "나의 법정상속분을 내놓으라"고 소송하면 돌려줘야 한다. 부모를 평생 괴롭히고 홀대한 불효자를 겨냥해 "저 자식에게는 한 푼도 상속해주지 마라"고 유언장을 남겨도 통하지 않는다. 우리 민법에 1977년 도입된 `유류분 제도` 탓이다. 당초 이 제도는 장남이 재산을 독식하거나 조강지처 대신 새 아내가 전 재산을 챙겨가는 폐단을 막고 약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됐지만 40년 가까이 흐르면서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이제 차남·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속에서 소외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부부간 재산분할 문화도 과거와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이제 "부모 돈은 당연히 자식들 몫"이라며 법의 힘을 빌려 생떼를 쓰는 패륜만 부각될 뿐이다. 자녀들이 "법에 정해진 내 돈을 내놓으라."며 청구한 유류분 반환소송이 2005년 150여 건에서 지난해에는 800여 건으로 늘어났을 정도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서영교 의원이 올해 차례로 `불효자방지법`을 발의했는데 적극 검토해볼 만한 내용이다. 부모가 재산을 증여했다 하더라도 자녀가 부모를 봉양하지 않으면 이를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불효자는 상속에서 배제할 수 있도록 `재산에 대한 권리`를 노인들에게 되돌려주는 내용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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