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개혁 장례식 퍼포먼스하는 로스쿨 재학생
대법원은 10일 “국회, 대법원, 정부 관계부처 등 관련 국가기관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사법시험 존치 여부, 로스쿨 제도 개선 등 법조인 양성제도 관련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논란이 가중되면서 국회는 물론 사시 존치 찬반 양측으로부터 사법부의 입장 표명을 요구받자 ‘협의체 구성’안을 내놓은 것이다. 대법원은 “협의체는 변호사단체, 법학교수단체 등 이해관계단체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해결방안 도출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협의체에 대해 “제18대 국회에서 법조인 인력양성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예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법무부는 “대법원 의견을 존중한다”며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인 국회에 협의체가 구성되면 법무부도 참여해 바람직한 결론이 도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법무부가 2017년 폐지키로 돼 있는 사시의 폐지를 2021년까지 4년간 유예하자는 입장을 발표한 후 이를 둘러싼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사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삭발식을 열어 “사시로 기회의 평등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전국법과대학교수회도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사시 존치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한다’는 내용의 청원서를 보냈다. 반면 25개 로스쿨 재학생들은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어 “사시 폐지 유예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서울대 로스쿨 교수들은 “사시가 유지되는 한 로스쿨이 기형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며 유예안 폐지를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로스쿨 원장단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을 만나 사법시험이 폐지돼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19대 국회 장례식` "12월9일 사망한 국회의 명복을 빌며 묵념하겠습니다. 일동 묵념."
"민노총, 청년 일자리 늘리려는 법안 반대, 대기업 정규직 기득권 지키겠다는 것"
9일 낮 12시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19대 사망 국회 장례식'이 열렸다. 정기국회 종료일인 이날까지 노동 개혁 5대 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에 청년 단체 대표들은 "19대 국회는 식물 국회를 넘어선 사망 국회"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사망한 국회를 위한 추모사'를 읽었다. 민천식(28) 자유대학생연합 대표는 "지난 선거철 청년들의 손을 잡으며 청년 실업 문제를 꼭 해결하겠다는 정치인들의 말을 믿고 기다렸지만, 국회는 끝내 '살려 달라'는 청년들의 절규를 듣지 않았다. 국회가 죽은 게 아니고서야 이럴 수 있느냐"고 했다. 이들은 정기국회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매일 국회 정문 앞에서 3~4명이 1시간 반씩 노동 개혁 5대 법안 처리를 촉구하는 릴레이 단식 1인 시위를 했다. 지난달에는 전국 곳곳에 부스를 설치해 노동 개혁 입법을 서둘러 달라는 청년 1만명의 서명을 받아 여야 정치인들을 찾아갔다. 단식 시위로 3일을 꼬박 굶었다는 여명(25) 한국대학생포럼 회장은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고 차별을 막아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노동 개혁을 야당과 민주노총은 '노동 개악' '비정규직 양산 법안'이라고 말한다"면서 "비정규직은 무조건 나쁘고, 정규직은 좋다고만 하는 (민주노총과 야당의) 주장은 결국 청년을 희생시켜 대기업 정규직들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류현아(23) 청년보수연합 대표의 사촌 언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해 수년간 토익·텝스 등을 공부한 끝에 떡볶이 프랜차이즈 회사에 취업했다. 사촌 언니의 초임 연봉은 2000만원 수준이다. 류씨는 "사측은 '떡볶이 매장에서 6개월간 일해야 본사에 들어올 수 있다'고 해서 사촌 언니는 지금도 떡볶이를 만들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도 가족 모두 언니가 취업했다며 잔치를 하고 방방 뛰는데, 기회마저 없는 구직 청년들은 어떤 심정이겠느냐"고 되물었다. 류씨는 "정년 연장 법안은 넙죽 통과시키던 국회가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노동 개혁 법안은 끝내 통과시키지 못하는 걸 보면서 '국회가 한마음으로 청년 죽이기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