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를 치러준다며 '사망 후 토지를 시주한다'는 유언장을 받아낸 승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도 토지 소유권이 있을까. 법원은 "유언장에 도장을 찍고 인감 증명서를 건넨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승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4부(최규홍 부장판사)는 10일 한모(69)씨가 고인 이모씨의 상속재산관리인 함모 변호사를 상대로 낸 소유권이전 등기절차 이행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이씨의 토지 소유권을 한씨에게 이전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언장에는 장례 절차 등에 관한 내용이 없고 '좋은 일에 써줄 곳이 필요해 토지를 시주한다'라고만 기재돼 있다"며 "이씨가 유언장에 찍은 도장을 인감으로 신고하고 인감증명서를 발급 받아 한씨에게 건넨 만큼 한씨와 이씨 사이에 사인증여계약이 체결됐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2005년 5월 서울 소재 한 사찰 주지로 있던 한씨는 신도 이씨에게 '이씨는 자식이나 친척이 없어 사망한 후 토지를 한씨에게 시주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유언장을 받았다. 한씨는 이씨에게 사망 후 49제 등 불교식 절차를 취해 주는 대가로 해당 유언장을 받았으나 이씨가 사망하고 6년 이상 자례나 추모 절차를 해주지 않았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유언장을 작성한 이씨의 처는 현재 치매증상 등으로 병원에 입원에 법정 증언이 불가능하고 당시 상황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이미 사망했다"며 "49제 등 장례를 치러주는 데 대한 대가 차원에서 부동산을 증여 받기로 했으나 6년 이상 망인의 사망 사실을 몰랐으므로 조건을 만족하지 못해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