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20억원대인 서울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서 7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고독사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19일 청담동의 한 아파트 5층 정모(75)씨 집에서 정씨가 욕실 바닥에 누워 숨진 채 발견됐다고 21일 밝혔다. 발견 당시 정씨의 53평(175㎡)형 아파트엔 욕실에 틀어진 샤워기 때문에 물이 흥건하게 차 있었다. 정씨는 19일 오전 “천정이 축축하게 젖고 물도 뚝뚝 떨어지고 있다”는 아랫집 주민의 누수 신고를 받은 아파트 경비원과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경비원 홍모씨가 주민 신고를 받고 정씨 집을 찾았을 때 문 앞에는 1주일 치 신문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홍씨는 벨을 누르고 문을 두드려도 아무런 인기척이 없자 경찰에 신고했다.경찰은 정씨 몸에 외상이 없고, 외부인의 침입 흔적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사고사로 보고 정씨 가족에게 시신을 인계했다. 경찰 관계자는 “샤워를 하던 정씨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시신 부패 정도로 볼 때 정씨가 사망한 지 이틀 가량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주민 등에 따르면 정씨는 유통업으로 재산을 모았다. 그러나 부인과 10년전 이혼했고, 외국에서 생활하는 큰 아들은 물론 작은 아들도 정씨를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정씨가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홀로 생활해왔다는 것이다. 정씨의 작은 아들은 “아버지와의 불화로 오랜 기간 연락을 하지 못했다”면서 “마음이 착잡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했다. 경비원 홍씨는 “정 사장님에 대해선 늘 영자신문(Wall street journal)을 받아본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전혀 없다”며“성격이 워낙 무뚝뚝하셔서 5년간 얼굴을 마주했는데도 목례 외에는 말을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씨의 문 앞에 스티커 팻말이 붙어있는 강남구 신사동의 한 교회에서도 정씨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한 이웃주민은 “매달 반상회에 갔지만 정씨를 본 기억은 없다”며 “정씨는 엘리베이터 앞에 사람이 서 있으면 다음 차례를 기다렸다 혼자 올라가곤 했다”고 말했다. 누수 신고를 한 아랫집 주민 역시 “수년동안 아래위층에 살았으나 정씨와 별다른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랫동안 혼자 생활해온 탓인지 정씨 집에 가구가 거의 없어 사람이 살지 않던 집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