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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자살은 사회적 타살" 자살예방 정책포럼 개최

“제가 몸담고 있는 서울대학교에서 학생이 자살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후 자살한 학생의 부모는 자살사건을 교통사고로 위장했습니다. 한국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하루 평균 39.5명이라는 통계보다 자살자의 수가 훨씬 많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인의 잇따른 자살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다뤄야 할 문제입니다.”

 

조흥식 생명문화학회 회장 겸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1일(금)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국회 자살예방 정책 포럼’에서 자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는 2015 세계 자살예방의 날(9월10일)을 기념해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주관했다. 이 자리에는 조 교수를 비롯해 박인주 생명문화학회 대표와 이정은 국회생명사다리상담센터장, 정무성 숭실사이버대 부총장,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 등이 참석했다. 행사는 조 교수의 강연과 토론,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 한해 자살로 사망한 사람이 총 1만4427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며 “특히 청소년과 중장년 남성, 노령층의 자살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1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꼽혔다. 자살률 추이를 보면, 1998년 외환위기(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에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의 높은 자살률을 개인의 심리적인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1998년과 2009년 경제위기로 인한 실업과 빈곤의 증가가 자살로 표출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자살은 사회구조적인 요인이 반영된다는 점에서 ‘사회적 타살’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살예방은 국가가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2004년 제1차 자살예방 5개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정부의 제2차 자상예방종합대책이 실시됐다. 그러나 현재 1년 이상 제3차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그는 지적했다. 자살예방안으로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자살예방위원회’ 설치 △전문적인 자살예방 인력 양성 △지역사회 자원 네트워크 구축 등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2016년 자살예방 관련 예산은 총 85억원으로 전년 대비 4억원 가량 줄어들었다”며 “심각한 자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외에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복지재정을 확대해야 한다”(정무성 부총장), “정부와 민간기관의 협력관계 형성이 필요하다”(하상훈 원장) 등의 다양한 주장도 나왔다. 

 


관련 기사 -->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


요즘 ‘헬 조선’이라는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식민통치로 서민들의 삶이 절망스러웠던 일제 강점하 조선에 빗댄 말이라고 합니다. 10월 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살에 관한 통계도 ‘헬 조선’의 일단을 말해줍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가 무려 7만1916명이나 되니까요.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된 이라크 전쟁 사망자의 2배가 넘고, 10년 넘게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전쟁 사망자의 5배가 넘습니다. 한국에서는 전쟁보다도 무서운 게 자살인 셈입니다. 서민들에겐 하루하루가 ‘전쟁터’ 같은 현실이고 ‘지옥’인 게지요. 알다시피, 한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습니다. 10만 명당 자살자 29.1명으로 OECD 평균의 2.5배에 달합니다. 자살률이 높다는 일본이나 폴란드보다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절대적 수치로 표현하면 44분에 1명, 매일 33명이 자살합니다. 1년에 1만2000명이 자살하니 3년마다 진도군 같은 작은 군의 주민 전체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희망을 꿈꿔야 할 나이인 2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기도 합니다. ‘헬 조선’이라고 청년들이 자조할 만합니다. 노인 자살률도 OECD 1위입니다. 노인 자살률이 증가하더니 이제는 10만 명당 100명을 넘었습니다. 노인 자살률은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1위라는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연계’(Social Connections) 평가에서 OECD 국가 중 최악을 기록했습니다. ‘사회적 연계’란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친척·친구 또는 이웃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을 말합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 까닭은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게 될 경우 극단적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한국의 자살률이 처음부터 이렇게 높았던 것은 아닙니다. 1997년 외환위기가 오기 전까지 한국의 자살률은 OECD 평균과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1998년 IMF위기 후 급격하게 상승했고, 2001년 IT 버블과 신용카드 위기, 2008년 서브프라임 위기 등 경제적 상황이 악화할 때마다 더 높아졌습니다. ‘경제적 자살’(econocide)인 셈입니다. 우리나라의 자살자는 최근 10여 년 새 급증하여 자살 증가율도 세계 1위입니다. 미국은 지난 108년 동안 통계를 분석한 결과, 민주당이 집권하면 자살률이 내려가고, 공화당이 집권하면 자살률이 2배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실업률이나 살인율도 마찬가지구요. 사람들이 살해당하거나 자살을 하는 ‘폭력 치사 발생률’이 공화당이 집권할 때 ‘전염병 수준’으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민주주의가 왜 필요한지, 민주주의를 실현할 정치인이 왜 있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지표 같습니다.


우리나라는 ‘삶의 양’에 관한 지표인 경제 수준과 기술 수준을 단기간에 최고 수준으로 올렸지만 그 그늘은 어둡습니다. ‘삶의 질’에 관한 지표인 인간 존엄과 행복 지수에 관련되는 노동시간, 산재 사망, 학교폭력, 가정폭력, 교통사고, 노인 빈곤, 어린이 행복지수 등에서 OECD 최악의 나라입니다. ‘삶의 양’에 관한 지표는 최고 수준이지만 ‘삶의 질’에 관한 지표는 최악인 ‘패러독스 사회’이다 보니 사람들은 생명을 포기합니다. 저출산은 미래에 대한 절망으로 더 이상 이 사회에서 생명을 생산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자살은 현재에 대한 불행 때문에 자기 생명을 끊어서 이 공동체를 탈출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에밀 뒤르켐의 표현대로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입니다.


청년도 노인도 살기 힘든 사회입니다. 그 와중에 보건복지부는 내년 예산에서 자살예방 사업 예산을 삭감했다고 합니다. 지난 20년간 자살률이 3배나 높아졌고, 지금은 역사상 최악의 ‘자살 공화국’이 되었는데 말이지요. 해방 70년을 자축하는 소리가 넘치지만, 경제 발전을 일구어 온 서민들의 삶은 힘겨워 ‘헬 조선’이라는 젊은이들의 자조가 저절로 나올 지경입니다. 이 현실을 바꿔야 ‘자살 공화국’에 마침표를 찍고 생명을 낳아 기르고 지키는 진정한 ‘민주 공화국’이 될 수 있겠지요.  -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

[광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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