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역 가운데 최북단에 위치한 경기 파주 장단면 ‘도라산역’.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철로 ‘경의선’의 국내 마지막 종착역이다. 비무장지대(DMZ) 남방 한계선에서 불과 700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위치해 직전 역인 임진강역에서 신원조회 및 헌병 동승하에 들어갈 수 있다. 이곳 도라산역에서 14일 통일의 염원을 담은 테마공간 ‘통일 플랫폼’이 개장했다. 올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통일의 희망을 전하기 위해 코레일이 지난해 9월부터 추진해온 사업이다. 앞서 동·서독 분단에서 통일을 이룩한 독일의 경우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에 철도가 밑거름에 됐다는 점을 착안해 국내 유일 남·북한 연결선인 ‘도라산역’을 통일역으로 택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도라산역은 경의선의 맨 마지막 역이지만 (북한을 넘어) 대륙으로 가는 첫 번째 역”이라면서 “(통일 플랫폼이) 이산가족, 새터민, 참전 용사 등을 비롯한 우리 국민의 희망과 위로가 되어 통일로 향하는 열차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라산역 1번 승강장 남쪽에 만들어진 '통일 플랫폼'에는 통일을 염원하는 다양한 전시물과 독일 통일과 관련된 상징물들이 전시됐다. 플랫폼 초입에는 세계 11개국 언어로 표현한 ‘통일의 문’이 세워져 있고, 이어 독일 베를린 장벽이 세워져 있는 ‘통일 시간의 벽’, 지난 2007년 남·북한 경의선을 오갔던 화물열차 ‘통일전시관’ 등이 차례로 전시돼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독일정부가 기증한 베를린 장벽이다. 가로 1.2m, 세로 3m 크기로 벽을 중심으로 양 옆에는 두 개의 시계가 있다. 좌측에는 동·서독 분단에서 통일을 맞은 1990년 이후 멈춰진 독일의 분단시간이, 우측에는 1945년 남·북 분단 이후 여전히 흐르고 있는 남·북 분단시간을 대조적으로 보여줬다. 여기에 냉전시대 동·서독을 오갔던 미군 우편화차도 함께 전시돼 통일의 상징성을 더했다. 이 화자는 동·서독 분단 당시 주민들이 편지교류를 통해 생사 등을 확인하게끔 해줬던 애환이 담긴 상징물이다. 세계에 3량 밖에 없는 귀중한 전시품으로 독일 헴스태트시의회 의결 등의 힘든 과정을 거쳐 국내에 영구 전시할 수 있게 됐다.
요하임 가우크(Joachim Gauck) 독일 대통령은 이날 개장식에서 “독일 통일이 된 지 25주년이 되는 해에 여러분들에게 희망과 확신을 전하고 싶어 (개장식에) 왔다”면서 “평화와 자유 속에 한반도 역사가 완결되기를 바란다”며 분단의 아픔을 공유하고 남북 통일을 지지했다. 남·북한 철로 연결을 상징하는 ‘화물열차’는 지난 2003년 6월 남·북한 비무장지대 내의 경의선 철도 궤도를 연결한 이후 2007년 12월부터 1년간 문산에서 개성공단까지 실제 물자를 실어 날랐던 열차다. 열차 내에는 경의선 철도 복원 및 운행 관련 물품 등이 전시돼 있다. 이외에도 한국에서 유럽까지 이르는 ‘유라시아 횡단철도 노선도’, 국민이 직접 적은 통일염원 메시지 등도 ‘통일 플랫폼’ 내에 함께 전시돼 있다.
이날 개장식을 둘러본 여든여덞의 김성훈 어르신은 “함경남도가 고향인데 스물두살에 남하했다가 6.25 전쟁을 겪었고, 그 당시 이렇게 남북이 분단까지 갈꺼라고 생각지도 못했었다”라면서 “아직도 함경남도 양강도에 남아 있는 남동생과 여동생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이산가족의 아픔을 대변했다.그는 이어 “오늘 이 같은 행사는 작은 움직임에 불과한 것 같다”면서 “우리 측 정부가 강하고 심도있는 통일 관련 움직임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통일 국민염원 메시지로 선정돼 이날 함께한 배은샘·은솔(26·25) 자매는 “친가, 외가 할아버지 두 분 모두 이산가족이어서 어렸을 때부터 분단의 아픔 및 통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면서 “독일은 통일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사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한반도 통일을 위해 지금보다는 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통일 염원을 담은 도란산역 ‘통일 플랫폼’은 민간인 통제구역에 위치한 만큼 자유롭게 방문하는데 조금의 어려움이 따른다. 일반 승용차는 진입할 수 없고, 코레일이 운영하고 있는 ‘DMZ 트레인’ 관광열차를 이용하거나 도라산역 직전 역인 임진강역에서 파주시가 운영하는 관광상품을 구입해 셔틀버스를 통해 들어올 수 있다. 단 ‘DMZ 트레인’은 주중에는 1회, 주말에는 2회 운행한다.[데일리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