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타국까지 날아와 정착해 살아가는 외국인들에게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들 중에는 아예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해 '한국인'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도 한다. 이런 외국인들이 늘어나면서 충북에서는 해마다 200∼300개의 '새로운 가문'이 생겨나고 있다. 28일 법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청주지법(충주·제천·영동지원 포함)에서 이뤄진 외국인의 창성창본(創姓創本)은 모두 2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이 귀화 후 새로운 성씨와 본관을 만드는 이런 창성창본은 충북의 경우 2011년 312건, 2012년 261건, 2013년 299건, 지난해 331건 등 매년 200∼300건을 상회한다. 올해 1월 기준 도내에는 모두 4만8천2명(남 2만6천671명, 여 2만1천331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중 국내에 잠시 체류 중인 외국인 근로자(1만9천371명)가 대부분이지만 다문화가족으로 분류되는 결혼이민자(4천694명)와 혼인귀화자(3천212명), 기타 사유 귀화자(830명)도 8천736명에 이른다. 그 수도 전년도(8천370명)보다 4.4%(366명) 증가,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적 취득 전인 결혼이민자들은 귀화가 이뤄지면 생활의 편리함이나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창성창본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성과 본을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창성창본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다.
내국인은 가족관계등록부가 없는 경우에만 창성창본이 가능하다. 반면 외국인은 귀화 후 가족관계등록부를 만들 때 자신이 원하는 성과 본을 적어 넣기만 하면 특별히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새로운 성씨의 '시조'(始祖)가 될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매년 10% 안팎으로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국적 취득자와 함께 창성창본 수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결혼 이민자의 국적도 다양해졌다. 2006년 당시엔 중국·일본·대만·몽골 등 4개국 출신자가 전부였다. 하지만 베트남·필리핀·캄보디아·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권 국적자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 충북에 터 잡은 결혼 이민자의 창성창본(創姓創本)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증평 만(萬)씨, 증평 박씨, 미원 김씨, 사천 정씨, 율량 윤씨.듣도 보도 못한 희귀 본관, 희귀 성이 충북에서 매달 평균 20개씩 탄생하고 있다. 외국인 결혼 이주여성 사이에서 이뤄지는 현상이다. 창성창본을 한 남성 귀화자는 앞으로 후손의 '시조'가 되는 셈이다. 본관은 주로 자신이 거주하는 기초자치단체나 읍·면·동 행정지명을 따르고, 성(姓)은 자신이 선호하는 것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더러 내국인이 개인 사정으로 자신의 본관을 버리고 새롭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 이런 경우는 극소수다.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창성창본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청주시는 대한법률구조공단과 함께 결혼 이민자의 창성창본 신청절차를 무료로 지원해준다. 가족관계증명서와 혼인증명서, 등본, 국적취득증명서 등을 제출하면 법률구조공단이 법원 허가 절차를 대신 밟아준다. 법원도 귀화자의 중대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대부분 창성창본을 인정해준다. 청주시에 창성창본을 신청한 외국인 이주여성의 100%가 새로운 이름을 만들었다. 법률구조공단 청주지부 관계자는 “국적을 취득한 귀화자는 사유가 충분해 서면 심사를 통해 대부분 허가가 이뤄진다"며 "관련 서류만 있으면 쉽게 개명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